[사설]

청주 20대 여성 변사체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보면 한 인간이 얼마나 극악무도한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30대 초반의 피의자는 자신의 여자 친구의 친구를 무참히 폭행해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것도 모자라 피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위장하려고 옷을 벗겨 시신을 유기했다. 피해여성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살해를 했다니 그 동기가 어처구니가 없다.

지난 19일 청주시 옥산면 뚝방길에서 알몸 변사체로 발견된 20대 여성 살해사건의 피의자가 경찰에 검거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피의자는 자신보다 10살이나 어린 여성을 주먹과 발로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그것도 부족해 뚝 옆 들깨밭에 세워져 있던 둔기를 뽑아 가격해 결국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피해자가 아무리 자신을 험담하고 다녔다 해도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숨진 여성은 "조용한 곳에서 얘기하자"는 피의자의 말을 믿고 따라나섰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사건현장에는 피의자의 여자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피의자의 여자친구와 숨진 여성은 학창시절부터 10여년 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동네친구 사이로 밝혀졌다. 세 사람 모두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자신의 친구가 눈앞에서 죽을 정도로 폭행을 당하는 동안 무얼 했는가. 말리기라도 했으면 최소한 친구의 목숨은 구했을 지도 모른다.

피의자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피해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옷을 벗겨 유기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피의자는 숨진 여성의 옷가지 등을 인근에 버린 뒤 승용차를 타고 강원도 속초로 잠입했다. 하지만 청주 흥덕경찰은 과학수사를 벌인 끝에 범행 24시간 만에 신속히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경찰의 수사력이 돋보인다. 강력사건의 범인은 반드시 붙잡힌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

이번 사건은 인명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단지 자신을 험담했다는 게 살인의 동기다. 그러잖아도 욱하는 범죄가 비일비재로 일어나는 사회다. 이래서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살겠는가. 20대 초반의 여성이 채 꽃도 피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 일벌백계로 다스려 경종을 울려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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