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절주절]

새것이 아니라 옛것이 인기다. 대전만 해도 그렇다. 롤러스케이트장, LP 카페, 흑백사진관이 핫플레이스다.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어 현재를 잠시 '청산'한다. 아날로그 감성. 누군가에겐 편지를, 누군가에겐 삐삐를, 누군가에겐 2G폰을 떠오르게 한다. 시대는 다르지만 누구든지 아날로그 감성이 있다. 듣기만 해도 코끝이 시리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그런 게 있다.

29.8세인 난 '대학시절'이 가장 그리운 시기다. 엄마, 아빠 품을 떠나 타 지역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자유로웠고 또 그만큼 두려웠다. 그치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가장 찬란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다. 대학교 잔디밭에서 먹던 막걸리, 알바하며 즐겼던 소소한 행복들, 겨울에 친구와 자취방에서 귤 까먹으며 TV 보던 일.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좋았던 것만 생각난다. 기억이란 그렇게 이기적인가 보다. 나 좋을 대로, 나 좋을 때로.

얼마 전 모교를 갔을 때 너무 변한 모습에 속상했다. 물론 학교는 그대로였다(더 좋아지긴 했다만). 내가 속상했던 포인트는 '식당가'다. 내가 좋아했던 음식점들은 온데간데없고 체인점 옆 체인점인거다(백종원 아저씨는 어디에나 있다). 체한 기분, 차인 기분이었다. 내 대학시절엔 체인점이 별로 없던 터라 ㅇ식당 치떡(치즈떡볶이), o의 돈가스, ㅇ의 카레라면… 식당별 추천 메뉴가 있었다. 그런 맛집은 점심시간 줄 서는건 기본이고, 들어가면 다 같은 메뉴곤 했다. 그런데 그 맛집들이 하나도 안 남아있다. 내가 알바하던 곳도 마찬가지다. 대학시절 한 조각을 잃은 듯해서 씁쓸하다.

세월이 이렇게 빨리 바뀐 탓은 내 탓도 있는 거 같다. 새 휴대폰 나오면 또 바꾸고 싶고, 포인트에 눈이 멀어 동네 빵집 보다 파리바게x를 더 가고, 선택할 때 늘 '신상'이 좋은 거라 외쳤으니…. 나 같은 사람이 모여 세상이 자꾸 빨리 흐르나 보다. 그래서 후회가 된다. 지나고 나니 그게 좋았다. 추억하니 그게 더 아름다웠다. 옛것들이 꿀렁꿀렁 반란을 일으키나 보다. "변해라!, 새것! 하더니 이제 내가 그립냐?"하며 복수하는 것만 같다. 복고의 복수랄까. 있을 때 잘할 걸 그랬다. 앞만 보지말걸 그랬다. 20년 뒤에 또 지금을 추억하며 '그 시절, 그 물건이 좋았지' 하며 후회하지 않게 더 천천히 걸어야겠다. 지금의 모든 걸 온전히 사랑해야겠다. <편집부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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