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타고 마트가는 애마부인? 차타레부인?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곰곰이 생각해보라. 진짜 물만 먹었는지. 혹시 너무 많이 먹어서 물을 켜는 것은 아닌가. 그것도 아니라면 무언가를 물처럼 마구 먹었을 수도 있다. 물은 0㎉로 열량이 없다. 열심히 운동했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살짝 뒤돌아보라. 일주일에 두 번 하면서, 그것도 땀 한 방울 안 나게 '살살' 했을 수도 있다. 밥(탄수화물) 양을 확 줄였는데 왜 살이 찌냐고 불평도 하겠지. 손에 들린 게 뭔가? 팝콘, 햄버거, 비스킷이다. 밥은 적게 먹는데 주전부리를 하염없이 먹고 있잖은가. 그럴 바엔 차라리 밥을 먹어라. 그게 살이 덜 찐다.

▶식탐도 없는데 항아리형 체형으로 변해간다고 투덜대기도 할 테지. 배가 부른데도 다른 사람 음식 먹는 게 아깝게 느껴진다면 그게 식탐이다. 그러니 뷔페에 가면 '신에게는 두 사람이 먹을 만한 ‘배’가 있사옵니다'라며 달려드는 것 아닌가. 다이어트 음료인 커피를 마시는데 퉁퉁 분다고 원망도 하겠지만, 손에 들려있는 건 분명 달달한 다방커피(커피믹스)다. 방금 드신 프림 열량을 태우려면 동네 열 바퀴는 뛰어야한다. 장보기도 할 겸 쉬엄쉬엄 마트에 왔다고 하더니 20m거리를 자동차 끌고 왕림하신 사연은 또 뭔가. 애마부인? 아니면 차타레부인의 운동법일 수도 있다. 물증도 있고 심증도 간다.

▶사람은 보통 걸음으로 한 시간에 4㎞ 정도를 간다. 시속 4㎞에 불과한 거리지만, 416일 동안 걸으면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그럼, 하루 1만보가 왜 필요한지를 따져보자. 성인은 하루에 대략 3000㎉를 먹는다. 이 열량은 숨만 쉬고 살아도 1500㎉가 소비되고, 일상적인 활동으로 1200㎉가 쓰인다.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하루 밥 한 공기에 해당하는 300㎉가 매일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를 단순 계산해보면 한 달에 7700㎉가 쓰레기로 남아 1㎏이 찌게 된다. 결국 1만보는 최소한의 본전치기인 셈이다.

▶목표와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변명의 여지를 없애는 일이다. '뭣 때문에 운동을 못했어'라는 단서가 붙는 순간 몸은 먹을 궁리를 하기 시작한다. 때문에 '그 뭔가'를 결행하려면 일단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 몸은 퇴행성 게으름에 익숙해져 있다. 주인장이 나태하면 그냥 드러눕게 되고, 주인장이 부지런을 떨면 세포 하나하나가 긴장한다. 살은 극도로 긴장할 때 신호가 온다. '누적 효과'나 '1%의 법칙'이 왜 생겼겠는가. 작은 차이가 반복되면 큰 결과로 이어진다. 잠들기 전 팔굽혀펴기 1회도 우습게보면 안 된다. 달랑 '하나'가 아니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대단한 '하나'다. 몸은 몸주인의 생각과 다르다. 팔굽혀펴기 한 개를 했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한 달 동안 지속하면 '어라, 요것 봐라'라며 놀란다. 그 놀람 자체가 에너지 소비다. 습관은 관습을 이긴다. 신나게 먹으면서, 辛나게 빼는 것이 新다이어트의 소소한 비법이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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