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수 충북고등학교 교장
[투데이포럼]

요즘 학생들의 학교폭력 실태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어쩌다 어린 학생들의 인성이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교육자로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한편으로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경외심을 갖게 하는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일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물리 수업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물리 문제를 풀던 중 선생님은 끝까지 풀지 못하고 중간에 막히고 말았다.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던 선생님은 더 연구해 다음 시간에 알려 주겠다며 수업을 마쳤다. 그 교실에는 일본에서 물리학으로 권위 있는 교수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혼자서 생각하기를 자신의 아버지는 유명한 전문가라서 그 문제를 능히 풀 수 있으리라 생각해 집에 가서 학교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했다.

물리학자인 아버지는 "이 문제는 나도 풀 수가 없구나. 너희 선생님께서 다음에 알려주시겠다고 했으니 선생님께 배워라"라고 말하고는 서재로 들어갔다. 그는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 내용을 편지에 써서 물리 선생님에게 부쳤다. 다음 물리시간이 되었을 때 선생님은 아주 능숙하고도 자신 있게 문제해결 방법을 설명했고, 그 후 아들은 나중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본의 유명한 물리학자가 됐다.

나는 요즈음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교사 자신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가정에서 교사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을 무시하면 남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게 되고, 남을 대접하면 또 남으로부터 대접을 받게 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내 자녀의 행동은 그 부모의 거울이고, 학생들의 행동은 선생님의 거울이며, 학교폭력은 그 사회의 거울 속에 투영된 모습이라는 점을 되새기고 싶다. 내 자녀가 소중하면 할수록 부모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스승으로서 존경받고 싶으면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 올바른 스승은 올바른 제자를 키우고, 현명한 부모는 현명한 아이를 만든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어른들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그것을 실천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학교는 인종, 민족, 학력, 피부색, 빈부 격차, 국력의 차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차별없이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백범 김구 선생이 밝힌 문화 강국이 되어 세계의 지도국으로 융성하려면 학교교육의 방향과 가치관이 실종된 무한 경쟁보다는 서로 감싸 안고 함께 협력하며 성장해가는 인간주의적이고 민주적인 교육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지역사회 등 교육공동체는 학생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법적 잣대로만 해결하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법보다 도덕적이고 교육적인 방법을 우선시 하고, 학교생활 전반에서 생명과 인권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교육 문제를 이념적인 잣대로 바라봐서는 안 되고, 모든 것의 목표는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 홍익인간의 정신과 보편적인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과 연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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