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기획] ‘행정수도’ 완성 위한 선결과제 점검
⑧ 세종시법, 문재인 정부서 제주도법처럼
세종시 특수성 반영한 특별법 돼야
제주도법 획기적 자치권 확대 주목
세종시법 개정안은 상정 조차 못해
문재인 정부도 구체적인 언급 회피

세종시 설치근거인 세종시 설치 특별법이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제주도 설치 특별법(실질적 지방분권 명시 등)에 준하는 '알짜법'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개발, 국가균형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큰틀로 한, 고도의 자치권, 조직·재정특례 실효성 확보, 단층제 행정 업무 효율화 등을 담보할 수 있는 법 개정이 가장 큰 숙제로 던져졌다. 단 ‘베끼기’ 보다 세종시 특수성에 맞는 새로운 모델개발이 반드시 전제돼야한다는 게 지방행정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2003년 출범한 참여정부는 지방분권을 국가전략으로 채택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도시로 제주도를 택했다. 제주도가 이상적 분권모델의 선도지역으로, 분권형 선진국가를 만드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당시 구성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내 제주도지원특별위원회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을 확정하고, 2006년 ‘제주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제주도법은 세종시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제도개선을 통한 보완작업을 거치고 있는 상태. 제주도를 자치입법, 조직 및 인사, 재정 등 자치행정 전 분야에 걸쳐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 자치권을 갖는 자치 모범도시로 육성하는 것을 목적에 두고있다.

우선 지방 권력을 강화하는 자치권의 획기적 확대가 주목을 끈다. 자치사무 및 자치입법권 확대, 재정자주권 강화, 교육·경찰자치 선도적 실시,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기관구성 및 조직·인사의 자율성 보장, 주민참여제도 활성화, 감사시스템 강화, 지방의회 견제기능 활성화 등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기준인건비 제도 적용 배제, 기구설치 및 정원책정 자율성이 부여됐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에 지방세 전 세목에 대해 특별자치도세화, 재정 자주권 확보, 국고지원방식 개선, 지방채 발행 완전 자율화도 보태졌다. 세종시 역시 고도의 자치권 확보를 겨냥한 세종시법 개정작업에 돌입했다. 이해찬 의원이 선봉에 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은 지난 7월 '자치조직권 강화' 등을 담은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해찬 의원실은 이 개정안을 행정기구 설치, 공무원 정원 등 자치조직권 제약으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자치행정 수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묘수로 지목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개정안은 여야 교섭단체 4당 안행위 간사 간 합의에 실패하면서, 19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처리 안건에 상정되지 못했다. 행안부와 일부 정치권이 타지역과의 형평성, 제주도 조직특례 부작용 사례를 들어 세종시의 조직 재설계 법적·정책적 대안 제시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게 악재로 꼽힌다.

지역 한 행정 전문가는 “제주도 사례의 경우 무분별하게 행정 기구수를 늘리면서, 국장급 등 고위급 간부수가 1000만 인구의 경기도 수준까지 늘어났다. 행안부가 행정기구 설치 등 자치조직권 강화 법적 근거마련에 거부감을 드러낼 수 있다”면서 “행정기구 설치 조항을 포기하고 기준인건비 조항만 배제하는 쪽으로 협상을 벌여, 공무원 정원책정 자율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 속 문재인 정부가 세종시 특성을 고려한 분권·자치모델의 구체적 세부실천 과제 언급을 회피하면서, 미묘한 기류를 풍기고 있다. 자치분권 모델 완성 등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77번)에 세부실천 과제가 구체적으로 기술되지 않은 것에 빗대서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의 분권모델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 입장을 냈다.

‘2018년까지 분권과제 및 지방이양사무 발굴·이양 추진, 2019년까지 특별개정 추진’을 △특별자치 모델 및 발전방향 설정에 있어 자기결정권 강화 △자치경찰 권한, 주민자치위 기능, 의회 및 조직권한, 재정·세재 권한 등 강화 △환경·투자·관광교통·문화·미래성장동력 분야 사무 지방이양 등으로 풀어냈다. 획기적, 선진적, 이상적 분권모델의 타깃을 세종시가 아닌 제주도로 설정해놓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시의 기본정신과 가치를 겨냥한 보다 분명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세종을 독자적인 모델로 하는 실질적이고 종합적인 비전과 전략이 마련돼야한다. 문재인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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