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험한 통학로

3면-르포-모자이크.jpg
▲ 19일 오전 8시경 대덕초 학생들이 다가오는 차를 피하며 차도로 등교하고 있다. 사진=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공사를 계획하신 분이 아이가 없으신거 같아요. 학생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어요.”

19일 오전 8시경 대전시 유성구 대덕초로 자녀를 등교시키는 학부모의 말에는 행정당국의 무책임에 대한 질타가 녹아 있다.

대덕초 등교길은 학부모 말 그대로 공사판이다. 유성구청이 시행하는 보도블럭 교체 공사 한창인 이곳에 학생을 위한 배려는 상실한지 오래다. 취재진이 방문한 이곳 등교길에는 아찔한 순간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보도블럭 공사를 이유로 양쪽 인도 모두 폐쇄해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차도로 통행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수많은 출근길 차량을 요리조리 피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위험천만해 보였다.

대덕초로 등교하는 학생들도 위험한 것은 알지만 등교하기 위해서는 이길 밖에 없다는 하소연 뿐. 등교를 하던 박모(12) 군은 “공사하는 인도 바닥에 돌인지 시멘트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것들이 그대로 널부러져 있어 불편하다”며 “차가 안올때 빨리 빨리 지나 다닌다”고 말했다.

저학년 하교 시간에는 더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덕초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양방향으로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아이들이 지날 수 있는 공간은 아침 등교시간보다 더욱 협소하다. 저학년 학생들은 주차된 차와 주행하는 차를 모두 피해야 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어른들의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민원을 제기했지만 그때 뿐.

학부모들의 씁쓸함은 분노로 치닫기 일보직전이다.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으면 양쪽 인도 모두 공사를 하지 않았을텐데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학부모 운영위원장인 김미란(45·여) 씨는 “안전 상태가 너무 안좋다”며 “인도를 막은 것도 큰 문제지만 불법주차 차량들이 학생들이 다닐 공간을 더욱 빼앗아 이를 시정해달라고 행정당국에 요청했지만 그때 뿐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어 “여름방학 중에 공사를 끝마칠 거라 생각했는데 지난달 말에 공사를 시작해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답답한 심정을 내비쳤다.

행정당국은 8월말(방학기간) 종료하려 했던 공사가 늦어져 어쩔 수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았다. 유성구청 관계자는 “최근 인사이동으로 인해 담당자가 바뀌고 관련 부서와 협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사가 늦어 졌다”며 “공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기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