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기관장 공백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공백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한 기관은 10년간 442일이나 기관장 공백 사태를 빚었다니 이러고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과학기술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추려면 수장의 리더십이 절대적이다. 기관의 사정상 며칠간의 공백은 불가피할 수도 있겠으나 장기간 공백은 도움이 될 게 없다.

과기부 산하 46개 공공기관 가운데 300일 안팎의 기관장 공석이 발생한 기관이 10곳(21.7%)이나 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은권 의원(자유한국당·대전 중구)이 지난 10년간 과기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공백 기관을 분석한 결과다. 15개 기관(31%)은 기관장 공백기간이 200일을 초과했고, 23개 기관(50%)은 공백기간이 100일을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공백기간이 가장 심했던 광주과학기술원은 442일이나 된다고 한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400일을 넘는다. 과기부 산하 기관은 어느 부처 못지않게 현안이 산재해 있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과학분야 업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면 수장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기관장 인선이 조속히 이뤄져야하는 이유다.

기관장 공석 사태의 배경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터다. 무엇보다 기관장이 갑작스럽게 사퇴 시 후임자 선임에 일정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에도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관의 인사 규정에 의거, 투명하게 후임자를 선임하면 된다. 어느 기관을 막론하고 인사공백 기간이 길어지면 온갖 억측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누가 누구를 민다거나 코드인사 같은 것들이다.

기관장 공석으로 가장 우려되는 건 업무공백이다. 기관장 부재 시 직원들은 주요 의사결정이나 신규 사업을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미루는 경향이 있다. 굳이 책임 질 일을 하지 않겠다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업무 지연은 조직 발전의 저해요소다.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이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적재적소(適材適所)인사로 업무공백이 없게끔 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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