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국 초등학교 6052개교 중 보행로가 없는 초등학교가 30%(1818개교)나 된다고 한다. 그 길이가 523㎞에 달한다. 차량이 통행하는 교문 및 도로에는 보행로와 차도를 구분해야하는 것이 상식이다. 초등학교 앞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렇다면 마땅히 보행로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어린이를 보호하겠다고 만들어놓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이유를 살펴봐야겠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시도별 보행로 미설치 초등학교 현황을 보면 유독 충청지역 초등학교가 많이 포함돼 있다. 충북지역 267개교 중 보행로 미설치 학교는 131개교로 전체 학교의 절반에 가깝다. 충북의 보행로 미설치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세종시의 초등학교 보행로 미설치율은 30.6%, 대전 30.2%, 충남 30.1%로 전국 평균을 웃돈다. 어린이들이 등하굣길 교통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것이다.

보행로 설치를 못한 이유는 예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보도를 설치하려면 35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야하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고 한다. 사업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다. 어린이의 안전한 등하교보다 더 시급한 사업이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정부차원에서 사업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소관이 아니라고 서로 떠밀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스쿨존에서 2482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는데 이중 939건(37.8%)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사고다. 신호 위반도 384건(15.5%)으로 나타났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이 횡단보도 보행 때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해 평균 40여명의 어린이가 길을 건너다 사망하고 있다. 더 이상 어린이들의 희생을 막아야 한다. 교통시설물 설치에 있어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들은 분명 교통약자다. 도로는 이들 교통약자, 보행자 중심이어야 한다. 예산타령만 할 게 아니라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당장 이행할 수 없다면 기간만이라도 단축해주길 바란다. 그 때까지는 교통정리 요원을 배치해서라도 등하굣길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스쿨존을 통과하는 운전자들의 안전운행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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