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화요글밭]

“그때가 참 좋았지”

오랜 공직생활을 한 사람들에게서 간혹 듣는 이야기다. 공직자의 ‘청렴’이 공허한 개념적 관념에만 머물렀던 시절,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무용담(?)을 늘어놓다 으레 내뱉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에 공감하거나 동의하지는 않지만 요약하면 비록 그 시절에 청렴과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었지만 거기에는 ‘정(情)’이라는 게 있었고 '사람 냄새'가 있었다는 것이다. 과연 청렴한 것은 딱딱하고, 인간미가 없으며 불편하기만 한 것일까?

유엔(UN)이 2017년에 발표한 국가별 행복지수를 보면 1위가 노르웨이였고 덴마크(2위), 스위스(4위), 핀란드(5위), 뉴질랜드(8위), 스웨덴(10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155개국 중 56위에 그쳤다. 국가별 행복지수 평가항목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등도 포함되지만 정부와 기업의 부패지수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돼 있다. 이는 한 국가의 청렴함은 곧 국민의 행복과도 직결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국제투명성기구가 조사한 2016년 국가청렴도(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 측정 결과를 보면 1위가 덴마크와 뉴질랜드, 그 뒤를 핀란드(3위), 스웨덴(4위), 스위스(5위), 노르웨이(6위)가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국가의 청렴함은 국민의 행복과 얼마나 연관이 깊은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는 공직자의 청렴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대덕구가 청렴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청렴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투명하고 공정한 공직자들이 있어야 구민들의 행복한 삶도 보장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청렴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한 청렴도 측정에서 대덕구는 4년 연속으로 대전시 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내부청렴도를 기록해 왔다. 내부청렴도는 구성원들의 청렴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중요한 덕목이겠지만 그만큼 대덕구가 청렴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반면 외부청렴도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나타냈다. 민원인 등이 느끼는 청렴도인 만큼 우리의 청렴 의식을 주민들이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지표인 만큼 계속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된다.

공직자의 청렴성을 높이는 방법은 청렴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인식시키고 강조해, 마음에 아로새기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과 인식이 필요하다.대덕구 공직자들은 출근해 업무시스템에 접속하면 2분 이내의 청렴 학습을 받게 된다. 온라인 '청렴학습시스템'으로 청렴의 중요성을 매일 인식하게 하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홀수 달 셋째 주 화요일에 부서마다 실시하는 청렴 교육 '청렴진단이행의 날' 운영과 '찾아가는 청렴 교육', 연 1회 전 직원 대상 청렴 교육, 연 2회 실시하는 사업부서 담당 공무원 특별교육까지 청렴 교육 기반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또 기존 연 5시간이었던 청렴 교육 이수 의무시간을 연 10시간으로 확대해 공직자 청렴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시책과 정책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직자 자신의 청렴에 대한 의식이다. 물론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일벌백계하는 기관의 자세도 중요하겠지만 공직자 스스로 청렴을 가장 큰 덕목으로 삼고 실천해야 본인은 물론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이라는 의식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곧 1년을 맞는다. 처음에는 불편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걸 보면 우리도 청렴을 통한 국민 행복의 시대가 그리 멀지만은 않았음을 느끼게 된다. 맑고 청렴한 사회는 결코 불편하거나 어려운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모두 사람답고 행복해 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공직자들은 다시금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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