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용 금강유역환경청장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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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을 약 700만년 전으로 볼 때, 인류는 대부분을 사냥과 열매를 채집하는 수렵생활로 영위하다 기원전 11000년경에 이르러서야 농업혁명과 함께 인류의 생활에 변화가 시작됐다.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나일 강, 인더스 강과 황하 강과 같은 큰 강 주변에 제방을 쌓고 관개시설을 설치해 동식물을 가축화, 작물화하면서 인구가 늘고 점차 문명이 싹텄다. 인류 문명은 물 관리와 함께 출발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관리를 잘 한 국가는 흥하고, 그렇지 못한 국가는 쇠퇴했다. 그로부터 수천년이 흐른 지금도 이는 여전히 진리다. 물 관리에 실패하고도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 상수도 보급률은 2014년 97.2%로 선진국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국가별 물 복지와 이용 가능성을 판단하는 물 빈곤지수에서도 147개 국가 중 43위로 30%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분적으로 가뭄과 수해에 취약한 지역이 있다. 경제개발이 우선 되던 시대에 수량 확보 중심의 물 관리로 수질이 등한시 되던 때도 있었다.

1991년 낙동강 페놀사태와 1994년 부산 벤젠 사건은 그 대표적 산물이다. 이들 수질 사고를 계기로 안전하고 깨끗한 물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아 졌다. 당시 건설부가 총괄하던 물 관리 업무 중 수질관리 업무 등이 환경부로 이관됐다.

수질 확보를 위한 집중 투자도 시작됐다. 그 결과 낙동강의 오염 부하량이 1995년 대비 2.6배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수질은 2배 이상 개선됐다. 금강 취수원이 있는 현도지역 수질도 예전에 비해 2배 가까이 개선됐지만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지속되고 있는 녹조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수량과 수질의 이원적 관리체계가 양 기관의 경쟁을 유발해 물 관련 투자를 확대하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수량과 수질 모두에게 대규모 토목건설의 시대는 지났다. 기존 시설들을 어떻게 잘 운영하고 관리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느냐가 더 중요해 졌다. 이제는 통합물관리가 답이다.

올해 봄 충청 서부권은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받았다. 금강본류와 연계된 보령 도수로를 운영하고 지하수 관정을 파는 등 여러 가지 가뭄 해소방안을 추진해 한 고비를 잘 넘겼지만, 충청 서부권의 물 문제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보령호 담수율은 35%로 작년 이맘 때 담수율 56%과 비교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내년 봄 갈수기가 벌써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수로 운영, 지하수 관정, 광역수도망 확충과 같은 단선적 접근은 한계가 있다. 빗물, 하수, 지하수, 해수 담수화 등 모든 가용 가능한 수자원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통합물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이제는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에 대비해 수질·수량을 넘어선 기상·재해까지 통합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지난 5월 물 관리 일원화 방침이 발표돼 국회에서 통합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물은 인류 문명과 삶의 근간이다. 이번 기회에 당면한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앞으로 다가올 문제에 미리 대비하는 통합물관리 방안이 꼭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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