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57세 젊은 감독의 별세로 오인한 팬들의 충격은 한때나마 컸을 것이다. 그러나 1960-70년대 우리나라 흥행영화 메이커였던 김기덕 감독의 별세소식 역시 한국 현대영화의 역사를 돌이켜보게 한다. 꼭 50년 전 김기덕 감독이 만든 SF영화 '대괴수 용가리'<사진>가 떠오른다. 지금이야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산과 고층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해일, 지진 등이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첨단 영상시대여서 반세기전, 조잡하게 보일 수도 있는 괴물 영화를 해묵은 B급영화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개념조차 없이 주로 미니어처 사용과 특수촬영, 특수효과로 이루어진 '대괴수 용가리'는 지금 봐도 감탄할 대목이 적지 않다. 비록 일본 기술진의 지원으로 제작되었다지만 발상이나 시나리오, 연기 그리고 영화 곳곳에서 비치는 문명비판과 인간탐구의 철학적 메시지는 1960년대라는 시대의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후 우리 영화계에서는 여러 편의 괴물영화가 제작되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기도 하였고 어떤 영화는 마케팅에 관련하여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는가 하면 정석 영화제작 기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극장 배급을 거부당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 환경오염과 생태파괴 그리고 나날이 피폐해지는 인간성의 문제 앞에서 앞으로 보다 다양한 장르의 괴물영화 출현이 점쳐진다. 오로지 개발과 근대화라는 경직된 가치관에 싸였던 1960년대에 발상의 폭을 확장한 영화 '대괴수 용가리'를 만든 고 김기덕 감독의 실험적 작가정신에 경의를 표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