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용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장
[경제인칼럼]

우리나라에 ‘한강의 기적’이 있다면 중동에는 ‘사막의 기적’이 있다. 바로 사막 위에 세워진 나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야기다. 한 여름이면 40~50도를 오르내리는 황무지와 같은 열사(熱砂)의 땅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와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 몰을 설립했다. 모래로 뒤덮인 사막에 세계 최초 7성급 호텔, 세계 최대 쇼핑몰과 같은 상상 밖의 대변화는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화려한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성장 속에는 국내 기업들의 기여가 상당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을 국내 건설회사가 설계하고 시공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져 있으며 국내 기업이 각종 플랜트 건설 등을 담당하며 UAE 산업 기반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중동에 진출한 우리나라 재외국민 중 절반 이상인 1만 4000여명이 UAE에 체류하고 있다. UAE는 한국에서 파견된 ‘아크’(아랍어로 형제를 뜻함)부대의 이름처럼 이제 더 이상 먼 나라가 아닌 그야말로 ‘형제의 나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정도다.

지난 1980년 수교 이래 양국의 수출입의 규모를 보아도 협력의 범위와 발전의 크기를 알 수 있다. 수교 당시 1억 9000만달러에 불과하던 교역 규모는 지난해 128억 1000만달러로 67배가량 증가했다. 관할 지역인 대전의 교역도 크게 증가했다. 2000년 1700만달러에 불과하던 수출은 2016년 3억 1900만 달러로 18배가량 성장했다. UAE는 미국,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대전지역의 수출 시장이 됐다. 뿐만 아니라 수출 품목도 인쇄용지, 편직물 등이 주를 이루던 17년 전과는 달리 우라늄, 우주선 부품 등 4차 산업과 연관된 품목들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달 초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에서 개최한 ‘UAE 대사 초청 업계 간담회’에는 UAE시장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듯 대전·세종·충남 지역 소재 기업뿐만 아니라 서울, 부산 소재 기업까지 참여하는 등 성황리에 개최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압둘라 사이프 알-누아이미 주한 아랍에미리트연합 대사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허브인 UAE의 혁신전략과 투자환경 및 2020년 두바이 엑스포 등 UAE 시장의 매력 포인트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참가기업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UAE는 세계 석유매장량의 6.6%를 점유하고 있으며 국내 원유 수입 비중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UAE가 GDP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석유 부분 의존도를 줄이는 탈석유에 대한 경제다변화 전략(아부다비 경제비전 2030)을 수립하고 항공, 금속, 관광, 금융 등을 중점 육성하려 한다. 또한 향후 UAE의 미래가 산업 다각화에 달려있다고 보고 그 핵심을 제조업 등 여러 분야의 기술 확보라고 판단, 첨단 기술 교육을 통한 중소기업 육성에도 적극적인 상황이다. 이처럼 석유부국(石油富國)인 UAE도 우리나라처럼 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발굴하며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9년 원전 수주를 계기로 양국의 협력이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 그리고 4차 산업 인프라에 강점을 보유한 대전을 비롯한 세종, 충남의 지향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도 UAE와의 협력 공간은 여전히 긍정적인 것 같다. ‘사막에 내리는 비도 한 방울의 빗방울로부터 시작된다.’라는 중동의 속담처럼 작은 교류부터 시작된 양국의 협력이 더욱 다양한 분야로 지속적인 확대가 이뤄지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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