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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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밤 11시다. 라면을 끓인다. MSG 향기가 침샘을 적신다. 이건 간식이 아니라 야식이다. 물론 둘 다 살은 찐다. 술 한 잔을 걸쳤는데 안주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 밤참의 단초다. 예전엔 깡술(강술)에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요즘엔 픽픽 쓰러진다. 그래서 '사후약라면(事後藥라면)'을 먹는다. 살찔 걱정 때문에 술을 줄여본 적이 없다. 살찔 염려 탓에 야식을 참아본 적이 없다. 그냥 마시고 먹는다. 음주와 밤참이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다. 난, 결단코 내 몸을 사랑한다.

▶자, 술과 밥의 유죄 혐의를 실토했으니 슬슬 다이어트에 대한 썰을 시작해본다. 술밥은 내게 단순한 땟거리다. 내 몸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방임한다. 다만 분명한 철칙이 있다. 운동이다. 천둥이 쳐도, 폭우가 내려도 걷고 뛴다. 일주일에 이틀 하는 운동은 '유지 보수'에 지나지 않는다. 칼로리도 빠지지 않고 뱃살도 그대로인 본전치기다. 운동을 할 때는 세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있다. 첫째는 삼시세끼를 챙기듯이 절대 거르는 날이 없다는 것이다. 3년간 1만보 이상을 5일 빼고 무조건 채웠다. 이는 엄청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어떤 날엔 술이 깨지 않아 귀찮고, 어떤 날은 귀찮아서 그냥 귀찮다. 그래도 걷고 뛴다. 심지어 집들이 날에도, 문상 간 목포에서도 뛴 적이 있다. 처음엔 의무감으로 꼬박꼬박 했지만 어느 날부터인가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 댄다. 그렇게 16kg를 빼고 3년간 요요 없이 지낸다.

▶두 번째 원칙은 내가 나를 속이는 운동법이다. 몸이란 원체 영리한 관성을 타고 났다. 뇌가 몸을 움직이지만 달리 해석하면 몸도 뇌를 움직일 수 있다. 가령, 계속 걷거나 계속 뛰면 몸은 금세 익숙해져서 운동효과가 없다. 오르막, 내리막 한쪽만 계속 가거나 매일 같은 곳을 뛰어도 마찬가지다. 몸은 변칙적인 강약에 반응하도록 설계돼있다. 때문에 뛰다가 걷고, 걷다가 세차게 달려야한다. 뇌가 몸에게 지시를 내릴 틈을 주지 않는 것이다. 고로 내가 나의 뇌를 조종하게 만든다. 뛰라고 명령을 하면 걷고, 걸으라고 신호를 보내면 뛰는 식이다. 코스도 섞는다. 동네 한 바퀴를 돌아도 하루는 시계방향으로, 하루는 반대방향으로 뛴다. 또 어떤 날엔 뇌도 헷갈릴 정도로 뒤죽박죽 걷는다. 이렇게 뇌에 반항하면 에너지를 더 소비하게 된다.

▶셋째 원칙은 즐기라는 것이다. 자기 몸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즐기지 않으면 금세 지친다. 열심히 운동하면 스스로를 칭찬하고 선물도 준다. 선물은 영화 관람, 외식 상품권이다. 그리고 가끔 폭식, 야식을 해도 기꺼이 면죄부를 허한다. 먹을 거 참으면서 하는 운동은,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다. 허리띠 조른다고 허리 살이 빠지진 않는다. 죽자 살자 억지로 하는 다이어트는 'die어트'다. 먹는 것도 맘껏 먹고, 양껏 운동하라.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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