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태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가 내일부터 사흘간 유류피해 사고 현장인 충남 태안 만리포해수욕장 일원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 맞춰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된 '유류피해극복 기념관'의 개관식을 갖는다니 의미가 남다르다. '고마워 그리고 기억해!', '함께 살린 바다, 희망으로 돌아오다'를 행사 주제로 선정했다고 한다. 그날의 참사를 되새기고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기 위함일 거다.

자원봉사자들이 기름띠를 제거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기름유출 사고가 난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이 충돌하면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했다. 유조선에 실려 있던 무려 1만2547㎘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된 것이다. 서해안 갯벌과 바위, 모래사장, 조약돌 등은 검은 기름으로 뒤범벅이 돼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고발생 초기만 해도 어떻게 손을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넓은 바다와 해안을 뒤덮은 기름을 일일이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누가 뭐래도 123만 자원봉사자들이 일등공신이다. 생업을 제쳐두고 전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세찬 바닷바람을 맞으며 조약돌 하나하나에 묻은 기름을 걸레로 닦아냈다.

태안 앞바다는 기름유출 사고 이전의 청정수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환경부는 해양수질과 어종이 사고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누구도 이렇게 빠른 기간에 회복을 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 '서해안의 기적'을 일궈냈다. 3년 만에 완공된 유류피해극복 기념관에서는 사고발생 당시의 모습부터 방제작업을 하는 일련의 과정을 사진과 영상 등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태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는 과거를 되돌아보고 다시는 유사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심을 갖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태안 유류피해 사고 이후 크고 작은 기름유출사고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는 건 안전불감증 탓이 크다고 하겠다. 기름유출 사고 지역을 해양재난 대응과 해양생태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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