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관 청주의료원장
[목요세평]

참으로 오랜만에 한 친구가 찾아왔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이 개원할 때 전산부문의 총책임자였던 친구다. 필자 역시 개원준비팀의 한 축을 맡았으니 그 때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사연들이 얼마나 많을까?

'벗이 있어 멀리서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공자의 말씀을 넘어, 정현종의 시처럼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고' '그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라는 생각까지 들어 많이 기다렸고 그 기대는 적중했다.

뒷모습을 보고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체중 조절에 성공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골초였던 그가 담배를 끊은 지도 십년이 넘었다고 한 말 때문이다. 머리숱은 줄어들었어도 한 눈에 건강해진 얼굴 모습이 그동안의 올곧은 그의 삶을 웅변하고 있었다.

새벽 6시가 좀 지나서 휴대폰이 울린다.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아내가 조기 위암 수술을 받았는데 변비 때문에 고통이 심한데 어떻게 할까?'하는 전화다. 많이 힘들면 응급실로 바로 오라고 했으나 조금 있다가 내과 외래에 오겠다고 했다.

아침 간부회의를 끝내니 휴대폰이 또 울린다. 이름을 보니 그렇지 않아도 내가 전화를 하고 싶었던 친구다. 얼른 받아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하고 물으니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통증도 많이 좋아져 이제는 마약성 패치도 붙이지 않는다고 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심적 고통을 많이 받는 친구다. 검사를 아무리 해도 특별한 원인을 못 찾는데 친구는 온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이 오랜 동안 고생하는 친구다.

나도 다른 친구가 생각 나서 전화를 걸었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발가락을 잘라 내고 아직도 발바닥에 문제가 있어 서울 큰 병원으로 보낸 친구다. 목소리가 밝다는 생각에 '좋아진 모양이지?' 하니 '좀 나아지긴 했으나 아직도 그래'라고 한다. 운동하다 뇌출혈로 의식 없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친구를 포함해 주변에 아픈 친구들 또 가족의 질병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다.

UN에서 다시 정립한 나이의 구분은 예순 다섯까지가 청년, 일흔 아홉까지가 장년이라 했으니 이제 막 장년에 접어든 나이임을 생각할 때 아쉬움이 너무 크고, 종종 슬퍼지기도 한다. 그래도 많은 친구들은 월요일은 등산, 금요일은 자전거를 규칙적으로 타며 건강관리를 한다. 또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원이나 다른 교육 기관에 등록하거나 도서관을 찾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다. 어학도 공부하고 인문학 강의도 듣고, 외국어 교육기관에 등록해 팝송을 배우는 친구도 있다.

글을 시작하며 소개한 친구는 함께 즐기던 짜글이 맛보다도 더 맛난 이야기를 한다. 몸담았던 그룹에서는 퇴사한 지 오래지만 IT(정보통신) 계통의 회사를 차렸다고 했다. 지금도 전문분야의 책을 많이 읽는다며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심지어는 가상화폐까지 이야기의 범주가 계속 넓이를 더 한다. 그러면서 '10년만 젊었다면'이라고 해서 지금이 더 좋아 보인다고 했다. 거기에는 노력해 얻은 육체적 건강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내 주변의 친구들에게 지금부터라도 건강을 위해 더 움직이고 활동하라는 말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다. 건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절실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힘든 시절을 보낸 결과로 망가진 몸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친구들, 나름대로 노력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아무래도 힘들어 하는 친구들이 더 많이 생각나는 요즈음이다. 직업병일까? 계절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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