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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리 ETRI HMI연구그룹 연구원
[젊은과학포럼]

우리는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꾼다. 또한 편안한 집과 가정을 기대한다. 그러나 어떤 이들에게 집이란 곳은 어둡고 적막하고 외로운 곳이며, 이생과의 이별을 하는 순간 홀로 죽어가야 하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이런 '고독사'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성인의 3분의 1 정도가 우울, 불안, 분노 같은 정서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의 행복순위는 143개 나라 중 118위일 정도로 낮은 편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고독함과 우울함은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을까?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노인정과 같은 장소를 제공하거나, 사회복지사로 하여금 각 가정을 방문하여 현황을 모니터링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가 각 가정을 방문하여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수 십분 이내인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또한 그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기 위한 정서적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필자가 속한 연구원내 HMI(Human-Machine Interaction) 연구그룹은 소셜 로봇을 통해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하고자 한다. 미래부의 지원을 받아 올해부터 사람을 보살펴 준다는 의미의 소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사용자 옷차림의 변화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알아차리고 이를 주제로 말을 걸기도 하며, 외출 후 돌아올 때에는 뛰어나와 반가운 얼굴로 맞아주는 등 동반자의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하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었을 때에는 해당 물건을 찾아주며, 위험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관련 기관에 알려주는 등 보호자로서 역할도 한다.

그중에서도 필자는 사용자와 긍정적인 관계형성을 위한 로봇 행동을 생성하는 대인관계지능을 구현중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다가올 때에는 팔을 벌려 맞이하며, 손을 내밀 때에는 함께 악수를 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개발자가 로봇의 행동 방식을 모두 프로그래밍 하는 것이지만, 로봇에게 일어날 수많은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법을 정의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로봇 스스로 사람과 사람 간 상호작용 장면을 보고 그들의 행동 방식을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로봇은 시작 단계이므로 실 환경에서 테스트를 통해 효율적임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산업기술총합연구소(AIST) 파로(PARO)로봇이 그 치료효과가 입증되어 최근 30개국 병원과 요양시설에 약 5천개가 보급된 것을 보면, 로봇이 사람들의 친구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따라서 필자가 속한 연구그룹에서 현재 개발 중인 로봇 또한 독거노인들 바로 옆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위험을 모니터링 하는 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럼에도 혹자는 이러한 로봇들이 인간의 일자리를 침범한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로봇은 사람의 손길 닿기 어려운 자리를 대신할 뿐 사람의 모든 역할을 대신하긴 어렵다. 따라서 소셜 로봇 도움이 필요한 각 가정에 보급되더라도, 로봇의 수리와 갱신을 위한 엔지니어들은 필요하다. 또 돌봄이 필요한 부분은 더 이상 없는지 점검을 위한 사회복지사들의 방문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이처럼 로봇과 인간은 상호보완적으로 공존이 가능한 관계가 될 것이다.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연구개발 하는 로봇 엔지니어들에게는 국민의 따뜻한 응원과 사랑이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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