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 주입 ‘니코틴 중독’ 살해
사건후 관계당국 기준강화 방침
시중 전자담배 판매점 사각지대
고농도 니코틴 암암리에 거래돼

최근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남편을 살해한 사건의 주범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되면서 니코틴 원액이 살인 도구로 입증됐지만, 그 위험성에 비해 규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7일 의정부지법 형사11부(고충정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8·여) 씨와 B(47) 씨에게 각각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내연관계인 B 씨와 모의해 자신의 집에서 잠이 든 남편 C(53) 씨에게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당시 C 씨의 시신 부검 결과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과 함께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니코틴 1.95㎎/ℓ가 검출됐다.

경찰과 검찰은 C 씨가 치사량인 니코틴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 이들을 구속한 바 있다.

이처럼 독성이 강해 각종 질병의 원인은 물론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니코틴 원액에 대해 관계당국은 화학물질관리법 등을 적용해 안전기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문제는 이 같은 니코틴이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시중의 전자담배 판매점에서 무분별하게 제조·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담배는 니코틴 원액을 희석한 액상을 기기에 넣어 그 증기를 흡입하는 형태로, 액상의 경우 니코틴 농도가 1% 미만인 완제품만을 판매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시중의 전자담배 판매점에서는 이른바 ‘샷추가’로 불리는 고농도 니코틴 판매행위가 암암리에 이뤄지는 상태다. 규제의 허점 속에 불법적인 상술이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 서구의 한 전자담배 판매점 관계자는 “일반 연초에 비해 약하다는 이유로 니코틴 농도를 높여달라는 요구가 많다”며 “임의로 농도를 높여 판매했지만 지금까지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출처와 농도가 불분명한 니코틴의 불법 판매가 강력범죄로 번질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범죄 도구로 악용됐던 황산이나 염산 등의 유통·판매를 엄격히 제한한 것처럼 니코틴도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전자담배 판매점에 대해서도 판매 후 화학물질 관리대장 등을 작성토록 규정하는 등 범죄예방차원의 관련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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