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서구청장
[화요글밭]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자립과 자활을 위한 최소한의 지원이라고 한다. 교육은 이들이 자기 힘으로 일어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한 필수 과정이자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법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 등에게 정당한 편의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술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우리사회는 이처럼 법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동시에 각종 지원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장애인들은 아직도 힘들고 불편하기만 한 게 사실이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은 자식의 장애가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것이 마치 자신의 책임인 냥 힘들어한다. 특히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의 권리에서 소외될 때 부모의 상실감과 좌절감은 더 크다고 한다.

며칠 전 서울 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주민토론회 모습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이 아직도 성숙되지 못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학교설립을 찬성하는 장애인을 둔 학부모가 “우리 아이들도 공부할 권리가 있다. 장애가 있든 없든 학교는 가야하지 않냐”고 반대쪽 주민들을 설득하자 돌아오는 것은 욕설과 야유뿐이었다. 이에 장애인 학부모들은 무릎을 꿇고 “여러분이 욕하면 듣겠다. 모욕 주셔도 괜찮다. 지나가다 때려도 맞겠다. 아이들 공부만 시켜달라”고 읍소하기까지 했다.

특수학교는 비장애학생과 함께 수업이 불가능한 중증 장애학생들에게 있어서 교육을 위한 필수시설지만, 이를 혐오시설로까지 인식하는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은 전국적으로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대놓고 내세우지 않지만, 집값하락을 우려하는 듯하다. 허나 최근 한 언론사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수학교 지역 땅값과 집값은 다른 지역 상승률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전문가들 역시 특수학교와 땅값 둘 사이의 관계는 일반화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대전지역에는 서구 가수원동 건양대병원 바로 옆에 지난 2012년 개교한 가원학교를 비롯해 5개 특수학교가 있지만, 장애 학생들을 온전히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특수학교 신설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은 듯하다.

과거 장애인에 견줘 일반인, 정상인이라는 말을 쓰던 때도 있었다. 최근에는 비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됐지만, 혹자는 이마저도 예비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바꿔야 된다고 말한다. 누구나 장애의 위험과 가능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은 다른 이가 아닌 그가 나고 우리다.

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는 비장애인들이 겨루는 전국체육대회보다 한 달 앞서 오는 15일 시작된다.

37회를 맞은 장애인체육대회가 98회 차인 전국체육대회보다 먼저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장애인체육대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아보자는 취지라고 한다.

예비 장애인의 욕심과 무관심, 동정어린 시선, 편견에 상처받고 있는 장애인이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따뜻한 가을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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