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시선]

얼마 전, 동 주민센터의 한 직원으로부터 다소 황당한 민원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를 듣게 됐다. 내용인 즉, 층간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들어왔는데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소음문제로 자주 따지러 오니 정신감정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민원인의 말만 듣고 다짜고짜 정신감정을 해 보자고는 할 수 없는 일이고 주변사람들에게 수소문 해보니 다른 주민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주민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우리의 주거형태가 단독주택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 위주로 변화하면서 층간소음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다툼은 단순한 말싸움을 넘어 폭행과 살인과 같은 중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층간소음(層間騷音)이란 공동주택의 층간에서 발생하는 화장실 물소리, 바닥충격음소리, 피아노 소리, 오디오 소리, 대화소리, TV 소리, 반려동물소리 등을 총칭해 부르는 소음 공해다. 또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직접 충격음의 경우 1분간 등가소음도(Leq)는 주간 43dB, 야간 38dB, 그리고 최고소음도(Lmax)는 주간 57dB, 야간 52dB을 층간소음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에서 발표한 2017년 7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운영결과 보고서'를 보면 층간소음 문제의 발생빈도와 현황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신고된 민원은 9만 9350건(전화·인터넷 상담 7만 3638건, 현장진단 2만 5712건)으로 매년 2만 건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그 중에서 현장진단을 요청한 건을 원인별로 분석한 결과, 아이들이 뛰거나 발걸음으로 인한 것이 1만 8334건(71.3%)으로 가장 많고 망치질 990건(3.9%), 가구 857건(3.3%), 가전제품 819건(3.2%), 악기 481건(1.9%), 문 개폐 496건(1.9%)가 1위부터 5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도 대화 268건(1.0%), 동물로 인한 소음도 170건(0.7%)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통계에서 보는 것처럼 층간소음은 공사장이나 사업장에서 생기는 파장이 큰 소음공해와는 달리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부득이 하고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소리라는 점이다. 소음이 있다고 해서 육아나 가사활동을 포기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모조건 참으라고만 할 일도 아니다.

물론, 층간소음 문제가 법적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악기나 전자기기로 소음을 낼 때 혹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경범죄로 신고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아이가 어떤 의도 없이 뛰어서 일어나는 소음은 해당되지가 않고, 소송은 내는 사람이 자신의 피해를 직접 입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또한, 법적 분쟁으로 진행될 경우 가장 가까운 이웃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가해자는 원치 않는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다.

분쟁을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법과 제도의 개선과 함께 공동체 내에서의 대화와 소통을 늘려 서로의 입장을 배려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고, 불가피한 경우 '분쟁조정제도'를 통해 결정된 사항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현명한 해결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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