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투데이포럼]

지난 7월 16일 새벽부터 내린 거센 물줄기는 충청권에 일일 강수량 약 300㎜, 시간당 최대강수량 91.8㎜의 폭우를 쏟아 부었다. 청주, 증평, 괴산, 보은 그리고 천안은 갑자기 다가온 물 폭탄에 처참하게 무너졌다. 교통은 마비되고 주택은 물에 잠겼으며 농경지는 침수됐다. 재해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충청 내륙권은 처참함에 당혹해하며 혼란과 혼돈의 과정을 겪기도 했지만, 사태를 수습하고 항구복구(복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기후환경은 극심하게 변화하고 있다. 충북도 재난안전실 보고에 따르면 “충북의 여름 기간은 98일에서 106일로 늘어났으며, 청주권은 여름 기온이 123일에 이르며 최고 기온이 36.7℃까지 상승했다”고 하니 아열대로 진입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동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장마, 태풍 등 예측할 수 있던 기후는 게릴라성 폭우와 폭설, 폭염 등 예측 불가능한 상태로 변화했다.

많은 학자들은 그 이유를 기후변화에서 찾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류의 변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잦은 충돌 그리고 고온다습한 기압이 유입되면서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것이다.

이번 충청권 내륙의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이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충청권에 머물다가 서해 상공에서 발달한 많은 수증기가 하층 제트기류를 타고 충청권에 유입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서해서 동해로 이동하던 수증기가 충북지역을 가로 지르는 한남금북정맥과 태안반도로 달려가는 금북정맥에 막혀 상승하다 장마전선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합류하면서 집중호우를 내린 것이다.

한남금북정맥은 속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해 경기도 안정의 칠장산까지 이어지는 169.2㎞의 산줄기이다. 한남금북정맥은 태극모양으로 이뤄져 있으며 청주권역은 남쪽으로, 음성지역은 북쪽으로 치우쳐 있다. 그로인해 보은권역은 산외·내북 지역만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청주지역은 미호천과 달천유역까지 광범위하게 폭우가 쏟아진 것이다.

충남 천안의 병천지역은 금북정맥과 만뢰지맥에 가로막혀 내린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폭우는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쏟아 붓지 않는다. 산줄기 등 기류와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집중호우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할 때 산줄기를 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지성 집중호우와 관련해 중요한 것이 열섬 현상이다. 지속적인 개발로 인해 산지와 농지는 없어지고 도시는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 촘촘한 도로는 열섬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7월 청주의 평균기온이 30.6℃를 기록하는 것을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산림파괴와 가로수 베어내기 등을 보면 아직 심각성을 못 느낀 듯하다. 특히 아스팔트 및 우레탄은 열섬을 심각하게 가중시킨다.

재난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원인과 대책을 분석하고 대응해야만 우리는 지속가능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다.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충북,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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