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선 육군본부 군수참모부 환경과장 대령
[시론]

10년 전, 2007년 12월 7일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원유 유출 사고 다음날 이 지역 담당부대 장병들은 삽과 양동이 마대를 들고 만리포로 향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밀려드는 바다위의 기름띠는 눈앞에 펼쳐진 재앙 그 자체였고, 더욱 더 놀란 것은 바다를 뒤엎은 두꺼운 기름으로 파도소리 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감 이었다.

유출된 기름띠는 북동풍의 영향으로 서해 먼 바다로 이동 할 것이라는 예보는 빗나갔고, 해변으로 밀려온 기름띠에 가장먼저 반응한 것은 육군이었다. 육군은 사고 다음날 기름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된 만리포에 현장지휘소를 설치하였고, 주민의 생명과 삶을 위협 하는 기름을 적으로 간주하여 적 격멸, 즉 유출된 기름의 완전 제거를 목표로 방제작전에 돌입하였다. 사고 후 일주도 지나지 않아 방제작전에는 6개 부대 3500여명이 참여하였으며, 육군은 참여 부대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이 지역을 담당하는 32사단을 중심으로 지휘체계를 일원화 하였다.

단일화된 지휘체계로 부대별 특성을 고려한 책임지역 할당과 방제지침 등 작전계획을 작성하여 하달하고, 방제작전간 체득한 노하우는 매일 실시되는 작전평가회의를 통해 전 부대에 확대 적용토록 하였으며, 지자체와 해경 등 대외기관과의 협조도 강화하였다.

한겨울의 추위와 높은 파도, 곳곳의 절벽, 암석 등 험준한 지형과 끊임없이 밀려드는 수많은 기름띠로 방제작전이 어려움에 직면 했을때, 우리 눈앞에는 새로운 희망, 자원봉사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넓은 바닷가를 메운 자원봉사자는 123만 명에 이르렀고, 해안 구석구석, 작은 돌맹이 하나에까지 닿은 이들의 손길은 결국 서해안의 기적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서해의 기적을 위해 우리 군은 크리스마스도 잊은 채 매일 8시간 이상, 연인원 13만명, 중장비 180대를 투입하여 폐유, 흡착포, 유류 폐기물 등 7500여 톤(5톤 트럭 1500대 분량)을 수거하였고, 주민들은 해당지역 피해복구에 군의 참여를 경쟁적으로 요청하기도 하였다. 이는 군이 조직력과 반복 작업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 숙련도로 단기간 큰 성과와 완벽한 마무리 등 피해지역에 대한 감동어린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기적을 이룬 서해 유류피해 극복의 주역은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국민들이다. 아울러 국가가 부여한 임무를 묵묵히 완수한 군 장병들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10년 전 태안 유류오염피해 극복사례는 사고발생 초기 대응의 중요성과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 참여, 조직력을 갖춘 군의 신속한 대응, 사고수습을 위한 지휘체계 일원화, 해안 유류누출 방제 노하우 등 많은 교훈을 주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상처받은 주민과 경제적, 생태적 피해 방지를 위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전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고, 국가 재난사태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군은 가뭄, 홍수, 태풍, 산불 등 그 어떤 재난사태에서도 국민의 곁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국민의 곁을 지킬 것이다. 우리에게 언제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모르는 재난사태는 예방이 최선이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보다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 할 수 있도록 태안의 재난사태를 교훈으로 평소부터 점검하고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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