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승 청주 흥덕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시선]

역사 속 도깨비는 비상한 힘과 재주로 때로는 장난도 치지만 도움을 주는 신(神)으로 길흉화복을 관장했고 특히, 가정신앙에서는 부(富)와 가업 수호신 등의 존재로 인식됐다. TV 드라마에서는 신의 계시로 심장에 검이 꽂힌 채 도깨비가 되어 불멸의 삶을 사는 주인공이다. 뿔도 없고 냄새나는 옷도 입고 있지 않으며, 부드러움이 흐르는 미남으로 우연히 도깨비 신부를 만나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 위기에 구해 주고 도와준다.

또한, ‘당신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누군가 세상 쪽으로 등을 떠밀어 주었다면 그건, 신이 당신 곁에 머물다 가는 순간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손강은 겨울 하얀 눈빛에 책을 비추어 읽었고 차윤은 여름에 반딧불이의 빛으로 공부하였다’는 형설지공의 고사에 등장하는 반딧불이는 몸짓과 소리로 의사소통하는 벌과 매미와 달리 헤매고 힘들어하는 동료에게 나를 찾아오라고 희망의 불빛을 전하며 말한다. 역사와 드라마 속에서 살던 도깨비와 반딧불이는 현대 시대에 학교 전담경찰관으로 환생해, 힘들고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다니거나, 때로는 그들이 쉽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도록 도깨비불과 반딧불을 환하게 밝히면서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늘 우리 곁에 있다.

신(新) 인류시대 학교 전담경찰관이 된 도깨비는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 간에 일어나는 폭력이 피해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알고 흥덕경찰서 관내 63개 학교에 3만 7000여 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깨비방망이 대신 임무가 저장된 USB를 손에 쥐고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과 함께 숨 쉬며 생활한다.

도깨비의 임무는 맞춤형 학교폭력 예방 활동을 수행하고 학교 밖 청소년 발굴·지원 등 위기 청소년에 대한 세심한 선도 보호 활동으로 바르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반딧불이 역시 학교 전담경찰관으로 분노와 슬픔을 자아내는 가정 내 범죄, 미성년자·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예방·보호·지원으로 아이들의 꿈과 희망이 이루어질 수 있게 다방면에서 앞장서고 있다.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가족의 얼굴을 떠올리며 삶의 재충전 장이 되어야 할 가정이 불화와 폭력으로 일그러져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게 ‘세상에 내 집처럼 좋은 곳은 없다’라는 신념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오늘도 밝은 빛을 밝히며 활동한다. 학교전담경찰관들은 신학기를 맞아 대상·유형별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불법촬영, 단톡방 성희롱, 정서적 폭력 등 새로운 유형에 맞춰 법규와 처벌 사례 등을 집중 교육·홍보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관계기관 등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참여형 예방 교육 활성화도 추진하고 있다.

아이와 학생들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등으로 힘들어 세상에서 멀어지고 있을 때 도깨비와 반딧불이를 부르면 그들은 환한 불빛을 들고 당신 곁에 신(神)이 되어 머물 것이다. 도깨비와 반딧불이를 소환하는 방법은 언제 어디서나 국번 없이 112, 117번을 누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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