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치료 자체적인 모임 늘어
절제 성공회원에 상품 제공도
성클리닉 내원 30% ‘20~30대’
성기능 장애 등 상담 증가세

#1.얼마 전 이성 교제를 시작한 정모(32) 씨는 상대방을 위해 하루 한 번꼴로 음란물을 시청하던 습관을 고치기로 결심했다. 정 씨는 최근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활성화 된 ‘음란물 절제모임’에 이를 문의했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또 다른 회원들의 후기를 살펴보며 절제 열풍에 편승했다.

#2.취업준비를 위해 각종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대학생 김모(27) 씨는 최근 집중력 저하로 능률이 떨어지자 게임 중독 여부 등을 스스로 진단하기에 이르렀다. 여러 자가진단 결과 김 씨는 뜻밖에 ‘음란물 중독 위험군’이라는 결과를 받고 고민 끝에 성클리닉을 방문을 결정했다.

스마트폰이나 온라인 게임, 약물 등의 중독에 이어 음란물 중독 치료를 위한 자체적인 온라인 모임이 늘고 있다.

4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절제모임 카페의 경우 1만 5000여명의 회원수와 함께 2만여개에 달하는 수기가 올라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카페는 절제 기간별 계급을 부여하고 성공한 회원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실패한 회원의 명단도 공개해 경고와 함께 재도전을 격려하기도 한다.

이처럼 음란물 중독을 스스로 치료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인터넷 카페는 포털 사이트별로 평균 3~4개 씩 운영되고 있다. 자가치료 대신 성클리닉을 직접 방문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역의 한 비뇨기과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원환자의 약 30%가 20~30대 남성”이라며 “과거 남성질환 치료 목적의 중년 남성들보다 음란물 중독으로 인한 성기능 장애 등의 상담을 원하는 젊은층 내원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음란물 중독이 청소년기에 심어진 왜곡된 성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11~19세 청소년 1만 56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음란물 시청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41.5%를 차지했다.

이 중 5~6학년 초등학생의 음란물 시청 비율은 16.1%로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음란물의 조기 접근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음란물을 접하는 주된 경로는 인터넷(27.6%), 실시간 방송 또는 동영상 사이트(19.1%), SNS(18.1%) 순으로 접근 경로에 대한 차단책도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청소년기 음란물 시청을 통해 성을 학습할 경우 성에 대한 인식이 ‘금기된 행위’로 자리잡힐 수 있다”며 “이는 자극적인 행위 갈망으로 인한 성범죄 촉발 메커니즘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 가능한 음란물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인희 기자 leeih5700@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