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전지역본부장
[아침마당]

필자에게 2017년 4월 30일은 특별한 이사가 있었던 날로 기억된다. 바로 마음씨 좋은 후원자께서 자신의 집 한 칸을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스무 살 청소년에게 무료로 나누어주어 시설에서 이삿짐을 챙겨 새집으로 입주한 날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스무 살 청소년은 아직 동생이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어 멀리 타지로 갈 수도 없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시설에 계속 있을 수도 없었는데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다행히 이 퇴소 청소년의 경우는 얼마 전 취업까지 성공해 시설을 퇴소한 청소년들의 꿈인 자립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더 빨리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집이자 가족으로 알고 살았던 보호시설(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포함)의 청소년들은 만 18세가 되면 매년 2000여명이 위의 청소년의 사례처럼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법으로 정해놓은 나이에 맞춰 혼자가 되어야만 한다. 이들이 퇴소 후 경험하는 주요 문제로 경제적 어려움(생활비, 주거비 등), 취업과 진로, 사회생활 적응, 심리적 문제를 뽑았으며, 긴급한 상황에 처했을 때 열명 중 세명은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보건복지부 아동자립지원단의 '2016 보호 종결 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등에 따르면 절반은 취업을 선택하고, 진학률은 고교생 평균진학률 70%의 절반 수준이며, 일자리의 경우 절반은 단순 노무.서비스직, 기계조작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다. 보호 종결 아동은 퇴소 후 월평균 수입이 123만원으로 월세 등 기타 생활비로 월평균 138만원을 지출해 자산형성 기반을 다지기 어려운 현실로 종결 후 기초생활 수급 경험도 40%에 달했다. 낮은 소득으로 홀로서는 보호 종결 청소년에게 '주거비'는 가장 큰 문제다. 매년 보호 종결 아동 2000여명이 사회로 나오지만 국가지원 주거정책은 미미하다. 자립지원시설은 전국 12개, 정원은 385명에 불과해 퇴소 청소년의 일부만이 입소할 수 있고, 이것도 최장 5년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

LH 전세임대주택은 복잡한 절차와 조건으로 사회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집을 구하기 힘들고, 자립정착금도 지역마다 300만~500만원 정도 지급되고 있으나 현실성이 없어 월세나 고시원 보증금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렇듯 사전에 충분한 준비 없이 자립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이들이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성이 매우 높다.

다행히 얼마 전 모 국회의원이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고 있는 보육시설 퇴소아동의 자립 정착금을 국가가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을 위해 정부는 자립정착금을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책임을 지고 자립정착금의 수준도 상향해야 된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자립을 위한 진로교육과 직업체험, 사회적응훈련, 자격증 취득 등 자립준비가 체계적으로 될 수 있도록 예산지원도 이루어져야 한다. 민간기관에서는 정서적 불안에 노출되기 쉬운 청소년들을 위해 불안 및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대인관계기술 및 정서지원 프로그램과 그들의 고민을 듣고 꿈을 얘기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 등을 연결해 퇴소 후 당당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에게 스무 살은 어른이 된다는 것에 설레고 기대되는 마냥 좋은 나이지만, 보호 종결 청소년들에게는 세상이 캄캄하고 무서운 나이일 것이다. 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누군가 자신을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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