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대안으로서의 생활연극

호모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 호모 파베르, 호모 비아토르, 호모 데우스…. 사람속(屬)의 학명을 의미하는 호모라는 단어 뒤에 붙는 용어는 무궁무진하다. 인간의 재능과 취향, 사회구조가 확산될수록 예전에 드러나지 않던 역량이 발현되면서 '호모'가 관장하거나 흥미를 가지는 영역은 넓어진다.

드라마를 즐기는 인간을 '호모 드라마쿠스'라고 부른다는데 직접 연기를 하고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 또한 이에 못지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빈소에서 친척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식사를 하며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상객이 오면 이내 슬픔이 되살아난 듯 표정과 태도가 표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 적이 있었다. 불과 몇 초 사이에 애통한 표정으로 곡(哭)을 하며 눈물을 흘리곤 하였다. 초상기간 내내 슬픈 표정으로 상가를 지키기는 힘들겠지만 순간적으로 바뀌는 표정과 몸짓은 당시로서는 충격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부모가 자식을 꾸짖을 때는 최대한 근엄하고 심각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잔치나 축하자리에서는 더없이 기쁘고 밝은 모습을 지어야 한다. 인간의 연기본능, 경우에 따라 바뀌는 표정은 배우지 않아도, 따로 연마하지 않아도 구비하는 천부적인 능력의 하나가 아닐까.

체육 분야에서는 생활체육, 사회체육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널리 보급된 지 이미 오래이다. 문화예술 각 장르에서 전문가의 역량을 보고 즐김과 동시에 시민들 스스로가 창조자, 주역이 되어 참여하는 생활문화, 예술 확산은 그래서 중요하다. 지난 달 창립대회를 연 한국생활연극협회<사진>(이사장 정중헌 문화평론가)도 이런 트렌드에 연관되어 있다. 삶의 애환과 진솔한 감정을 소박하지만 진지하게 무대에서 펼치는 대중연극활동이 소통과 교감을 확산하고 갈등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동적인 레시피가 되기 바란다. 전 국민이 배우가 되고 스태프가 되고 관객이 되는 정경을 꿈꿔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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