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서울 을지로 스카라 극장. 문화재청에서 등록 예고하여 근대건축문화재로 지정하려 하자 여기에 반발한 건축주는 건물을 헐고 신축을 강행하였다. 80년 역사의 이 독특한 건물은 속절없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건축주 동의 없이는 강제적으로 문화재 지정이 어려운 현실이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크게 아쉬운 일이다. 일제강점기 약초극장, 광복 후 수도극장으로 서울의 문화명소였던 스카라 극장의 소멸과정은 실로 허망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필자의 집에서 일부 촬영한 영화 '오늘도 내일도'(이영 감독, 박노식 김의향 최남현 주연)라는 흑백영화를 보러 부모님과 스카라 극장의 옛 이름 수도극장으로 나들이했던 오랜 추억도 이때 함께 사라졌다. 고딕양식의 둥근 원형 돌출부가 인상적이었던 스카라 극장과 23억원을 들여 그대로 옮겨 보존하는 스위스 자콥 빌라, 두 문화유산의 운명을 떠올리며 여러 생각에 잠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 기자명 충청투데이
- 승인 2017년 08월 24일 19시 11분
- 지면게재일 2017년 08월 25일 금요일
- 지면 23면
-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