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보다 열정’ 파격 채용
우리, 지식·취업준비도 중시
한은, 서류전형에 문항 줄여
국민, 블라인드채용 적극활용
하나, 자격증·성적 기재 막아

시중은행들마다 학력·자격증보다는 ‘열정’을 중시하는 탈(脫)스펙 채용을 도입하고 있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공기업을 비롯해 은행권까지 채용 전형을 전환하며 바늘구멍이었던 채용 시장을 투명하게 넓히고 있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올해 하반기 1400여명의 신입행원 선발을 목표로 두며 ‘일자리 확대’ 기조에 맞춘 채용 규모를 확대에 동참하고 있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탈스펙 채용의 시작을 알린 우리은행의 경우(오는 28일~내달 22일) 지난해 두배 수준인 300여명 채용 계획을 밝혔다. 우리은행은 면접 전형에서부터 자기소개서를 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서류에는 학력, 전공, 자격증 등을 기재하지만, 면접에서는 면접 번호와 평가표만 공개하며 PT면접&토론에서 금융에 대한 지식, 은행취업을 위한 준비도 등을 위주로 평가한다. 한국은행 또한 내달부터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직원(종합기획진 5급 64명)을 선발한다. 지원서에 최종학력, 출신학교, 전공, 성별 등을 기재하지 않고 면접에서도 개인정보를 알리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더불어 스펙경쟁을 막기 위해 서류 전형의 우대항목과 자기소개서 문항을 줄인 것도 주목할 만 하다. KB국민은행도 서류전형부터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올 초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KB굿잡 취업박람회’에서 하반기 채용 규모를 늘릴 것을 시사하면서 지난해(240명)대비 규모를 늘릴 전망이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찾아가는 현장면접(지역)'을 통해 400명에게 서류전형 면접 혜택을 제공했으며, 탈스펙으로 서류를 통과한 지원자들은 필기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KEB하나은행도 서류전형부터 임원면접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한다. 지원서에 자격증 및 외국어시험성적 기재란도 없애며 지난해와 같은 150명의 신입행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은행권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왔지만,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기조에 맞춰 다양한 채용 전형을 논의하는 분위기”라며 “채용 규모도 확대하면서 채용문은 넓어지고 있으나 그만큼 도전하는 지원자들이 많아 경쟁률은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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