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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로] 먹거리 파동

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2017년 08월 24일 목요일 제23면     승인시간 : 2017년 08월 23일 18시 55분
살충제 계란 배터지게 드셔도 안 죽으니 엄살 좀 그만 부리라는 충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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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옛날엔 잘은 못 먹어도 건강하게는 먹었다. 배고픔을 잊기 위한 조·피·기장·메밀·고구마·감자는 눈물로 쪄낸 주식이었다. 이들 구황(救荒) 작물들은 생육기간이 짧고 가뭄, 장마에도 영향을 받지 않아 기근일 때도 풍족했다. 기근의 기(飢)는 곡식이 여물지 않아 생긴 굶주림을, 근(饉)은 채소가 자라지 않아 생기는 굶주림을 뜻한다. 먹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마움을 느꼈던 그 시절의 배고픔은 차라리 정직했다. 음식을 잘못 먹으면 폭력이다. 육체적 욕망을 갈구하게 만드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인류 유전자는 식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먹을 게 풍부해진 20세기에는 먹고 또 먹으면서 식욕을 탐욕으로 바꾸고 있다. 당연히 막 만들어도 걸려들 수밖에 없는 풍요의 역설이다.

▶계란(鷄卵)은 닭의 알이고, 줄여서 '달걀'이다. 달걀은 곧 '닭알'이다. 다만 계란은 한자어이고 달걀은 고유어라는 사실만 다르다. 달걀의 크기는 산란계의 나이에 따라 결정된다. 알을 많이 낳을수록 커진다. 산란계는 70주경에 도태되는데, 그 전의 전성기 닭들이 특란과 왕란을 낳는다. 산란율이 떨어진 닭은 고통스러운 '강제 환우'를 거쳐 다시 특란, 왕란을 낳게 된다. 달걀은 닭의 항문에서 나온다. 그런데 더럽지 않다. 산란 때 큐티클 액이 분비되면서 달걀 껍데기를 거칠거칠하게 코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이 달걀의 격상을 깼다. 서민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그 '닭알'이 밥상을 뒤집었다. 달걀이 살충제를 먹은 것이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먹거리 관련 사건·사고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쓰레기 만두, 식용접착제 삼겹살, 구더기 햄버거, 용가리 과자, 가짜 백수오…. 여기까진 한국이다. 중국은 더 악랄하다. 비닐미역, 야광 돼지고기, 시멘트 호두, 플라스틱 쌀, 가짜 양꼬치, 독극물 오리 선지, 젤라틴 새우, 인육 캡슐, 종이만두, 고무달걀에 이르기까지 기상천외하다. 전 국민이 달걀을 끊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있던 날, '살충제 계란'의 인체 위해성을 평가한 학자(정부)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 126개를 먹어도 문제없다"고 했다. 아무리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죽을 때까지'란 말이 거슬린다. 배터지게 드셔도 안 죽으니 엄살 좀 그만 부리라는 충고인가. 경박하기 이를 데 없는 먹물이다.

▶진위가 어떻든 달걀으로 인한 국민들의 상처가 크다. 안전한 먹거리는 존재할 수도 있지만, (실제론) 존재하지도 않는다. 거짓의 껍질을 벗지 않는 이상, 우린 속고 속으며 포만감에 과거를 잊을 것이다. 한 알의 사과를 얻으려면 여러 번의 농약을 쳐야한다. 씨알 굵게 하는 농약, 색깔 곱게 만드는 농약, 빗물에 골골 안하게 하는 농약 등등…. 우린 '위선의 껍질'을 벗겨내고 내면의 진실을 들여다봐야한다. 제발 좀 먹는 거 갖고 장난치지 마라.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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