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매년 콩팥병 환자 1만2천명 중 절반은 당뇨병이 원인
콩팥 합병증 예방하려면 평소 '당뇨병·고혈압' 관리 주의해야

▲ 혈액투석을 받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혈액투석을 받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김영훈 교수가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김영훈 교수가 신장이식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김영훈 서울아산병원 일반외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영업직 임원 황모(52.경기도 구리시)씨는 업무상 술자리가 잦은 편이다. 그런데 유난히도 힘들었던 연말 회식자리 이후 피로감과 갈증 증상이 심해지더니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단순히 운동부족과 비만 때문으로만 생각했다가 병원을 찾은 황씨는 당뇨병과 고혈압 진단을 받았다. 더 큰 문제는 그사이에 이미 당뇨병 합병증으로 신장까지 망가져 병원에서는 투석을 권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황씨는 투석을 받다가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식의 기회는 그리 쉽게 오지 않았다. 또 당뇨병으로 건강이 나날이 나빠져 응급실을 방문하는 횟수도 늘어갔다. 그러다가 최근 기증자가 나타나 성공적으로 이식수술을 받았다. 황씨는 "새 생명을 얻는 기분이었다"며 그 당시를 떠올렸다. 수술 후 황씨는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고, 더는 투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평상시 삶도 180도 달라졌다.

신부전(콩팥병)은 혈액과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 혈관꽈리(사구체)의 여과 기능이 떨어져 장기적으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때는 투석기(인공 신장기)와 투석막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혈액에서 노폐물을 제거해주는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 황씨처럼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신부전 환자는 매년 약 1만2천여명이 새로 발생한다.

이런 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은 당뇨병, 고혈압, 사구체신염(신장의 여과 부위인 사구체에 염증 반응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 중에서도 당뇨병이 제일 심각하다. 당뇨병으로 혈당이 지속해서 올라가면 몸속 곳곳의 혈관이 손상되고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의 저하를 부른다. 현재 당뇨병성 신부전은 전체 환자의 48%를 차지한다. 매년 약 6천명 정도가 당뇨병 때문에 신부전으로 악화하는 셈이다. 특히 당뇨병성 신부전은 투석을 해도 5년 생존율이 약 60%, 10년 생존율이 약 30%까지 떨어질 정도로 예후가 나쁘다.

고혈압 역시 신장 사구체 내의 압력을 증가시켜 장기적으로 신장 기능을 서서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신장 기능이 10% 이하로 감소하는 만성신부전은 투석이나 이식이 치료법이다. 투석은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두 가지가 있는데, 모두 평생을 해야 하고 정상생활을 하기 어려우므로 환자에게는 무척이나 괴롭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석환자는 더욱 근본적인 치료방법인 신장이식을 원한다.

하지만 신장이식은 수술이 어려울 수 있는 데다 신장 제공자가 있어야 한다. 또 수술한다고 해도 거부반응 및 면역억제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감염 등으로 몸에 염증이 있거나 심장질환, 뇌졸중 등의 다른 합병증이 심한 환자는 아예 신장을 이식할 수 없다.

이외에도 나이가 많거나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여러 부작용이 더욱 쉽게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체 신장 이식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혈액이 서로 거부반응이 없으면 가능하지만, 대개는 가족이 신장을 제공한다. 혈액형이 동일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O형은 누구한테나 줄 수 있고, AB형은 누구한테나 받을 수 있다.

조직적합성 검사도 해야 한다. 조직적합성은 부모와 자식 간에는 반드시 반은 맞지만, 형제 사이에는 하나도 안 맞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최근에는 조직적합성이 하나도 안 맞을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해졌다. 면역억제제의 발달과 이식 후 관리로 이런 문제가 거의 극복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전적으로 남남인 부부 사이에도 신장을 주고받을 수 있고 그 결과도 좋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장이식팀이 1990∼2015년 사이에 이뤄진 4천건의 신장이식 수술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수술 초기만 해도 당뇨병과 고혈압의 만성질환자가 8.4%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그 비율이 43%로 크게 늘었다. 25년 새 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사구체신염 등 신장 자체에 생긴 질환으로 신장을 이식한 경우는 시행 초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이후 증가세와 감소세를 반복해 지금은 만성질환 환자군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따라서 신장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당뇨병과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 대한 조기 관리와 검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당뇨병은 근본적인 치료 차원에서 췌장이식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췌장이식은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안 되거나 분비된 인슐린이 체내에서 적절히 작용하지 못해 심각한 당뇨 합병증을 보이는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법이다.

췌장이식은 그동안 뇌사 기증자의 절대적 부족 및 이식 후 관리의 어려움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발전을 거듭해 온 끝에 요즘은 당뇨병의 근본 치료법이 됐다.

당뇨병은 지속할수록 망막질환, 말초혈관질환 등 관련 합병증 발생률이 높아져 결국 환자 생존율이 크게 떨어진다. 때문에 인슐린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 환자가 발생 초기에 췌장이식 수술을 하면 다양한 합병증을 막고 환자 생존율도 크게 높일 수 있다. 나중에 신장이식을 따로 받아야 하는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이식 후 더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 없는 건강한 췌장의 상태를 의미하는 '이식편 췌장 생존율'은 현재 93.8%에 달한다. 당뇨병 환자 10명 중 9명이 췌장이식 직후부터 인슐린 주사를 중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든 당뇨병 환자가 췌장이식의 대상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환자나 암 환자, 활동성 감염이 있는 환자는 이식 대상 선정에 제한이 따르며, 췌장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거부반응이 발생해 다시 투석하거나 인슐린을 사용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콩팥병 때문에 신장이식을 한 후에도 이식받은 신장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문제가 있다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한다. 이식 후 정기적인 외래 진료는 필수다.

또 면역억제제를 비롯한 약물을 의사의 지시대로 잘 복용하는 것도 이식한 신장의 기능을 오랫동안 잘 유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특히 이식 초기에 해당하는 첫 1년 동안은 고용량의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감염 위험성도 높고 다른 합병증도 잘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이식 후 첫 3개월은 외출하거나 환절기일 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람이 붐비는 공간은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또 이식 장기의 수명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적절한 운동도 필수다.

무엇보다도 어떤 병이든지 초기에 진단하면 고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꼭 받는 것을 권한다.

◇ 김영훈 교수는 2000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마친 후 2008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 재직 중이다. 김 교수는 신장·췌장 이식수술을 주로 시행하고 있다. 신장·췌장 이식수술로 명성이 높은 한덕종 교수와 함께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신·췌장 이식팀에서 현재까지 신장이식 4천770여건, 췌장이식 360여건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신장과 췌장이식의 10년 생존율이 각각 91%, 93.5%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논문을 다수 발표했으며, 최근에는 이식수술 후 면역거부 반응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대한이식학회, 대한외과학회, 세계이식학회, 미국이식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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