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그녀' 타이틀 롤로 인기…"우아진의 품위, 박복자 통해 완성"

"시청률이 9% 넘었다고 난리가 났는데 전 바로 체감을 못 했어요. 저는 시청률 30∼40%에 익숙한 세대잖아요. (웃음) 그런데 설명을 듣고 나니 '와, 40대 여배우 둘이서 해냈구나' 하고 뿌듯해졌죠."

인기리에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 품위의 결정체 우아진을 연기한 배우 김희선(40)을 최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발랄한 하이톤으로 수다를 쏟아내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극 중 시아버지 안태동 회장(김용건 분) 앞에서 트로트 맞춰 막춤을 선보인 아진의 모습이 겹쳤다. 김희선은 아진의 곳곳에 자신의 모습이 묻어있다고 귀띔했다.

"중간중간 '진짜 김희선'이 많이 나왔어요. 의류회사와 계약하고 나서 방방 뛰는 장면도 그랬고요. 백미경 작가도 '그 장면은 아진이가 아니라 김희선'이라고 놀리더라고요. 그러면서도 '봐줄만 했어. 좋았어'라고 해주니 기분 좋더라고요. 아진이가 너무 꼿꼿하기만 했으면 연기하기 어려웠을 텐데 가끔 제 모습이 나와서 인간미가 더해진 것 같아요."

아진은 성희(이태임)와 바람을 피운 재석(정상훈)과 이혼, 가졌던 것을 다 내려놓고도 오히려 진정한 품위가 뭔지를 보여줬다.

김희선은 "아진의 품위를 완성해준 것은 결국 복자(김선아)라고 생각한다"며 "아진도 처음에는 속물근성이 있었지만 욕심을 그칠 줄 모르는 복자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그래서 안태동 회장에게도 '재석과 살기에는 내가 아깝다'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호흡을 맞춘 정상훈에 대해서 만큼은 "다른 배우가 연기했으면 밉기만 했을 텐데 상훈 오빠가 해서 좀 동정도 느껴졌다. '어이구, 저 머저리가 밥은 먹고 다니나' 하고 걱정되는 심리랄까"라고 애정을 표현했다.

자신과 함께 드라마의 한 축을 담당한 김선아에 대해서는 "17년 전 둘 다 신인일 때 드라마 '세상 끝까지'에서 만났던 추억이 있다"며 "과거에는 서로 예쁘게 나오고 싶어 했다면 이제는 서로 잘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혼자 나이를 거꾸로 먹는 듯 날로 젊어지는 김희선이지만, 그도 어느덧 데뷔 25년 차다. 1993년 CF 모델로 데뷔해 '비천무'(2000) 등 영화와 '미스터큐'(1998), '토마토'(1999), '슬픈연가'(2005), '신의'(2012) 등 다수 드라마에 출연했다.

김희선은 40대 여배우로서 느끼는 벽, 동시에 갈수록 커지는 욕심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나이가 들수록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걸 느끼죠. 40대 역할이 들어오더라도 연하남을 홀릴 수 있을 만큼 외모도 능력도 매력적이어야 하는 캐릭터가 대부분이죠. 결혼하고, 출산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그런 역할이 들어오면 좋지만 그만큼 겁도 나요. 씁쓸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용기 내서 작품을 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의기소침하고 좌절하고요. 그만큼 '품위있는 그녀'가 잘돼서 정말 좋아요."

그는 그러면서도 칭찬이 늘 고프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예뻐 보이고 싶고, 연기 잘한다는 얘기도 듣고 싶어요. 둘 중 하나만 고르기는 어려워요. '예쁜데 연기도 잘하네?' 이런 칭찬 계속 듣고 싶어요. 수식어 욕심에 끝이 없어요.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성격도 솔직하니 좋고, 술도 잘 마시는 김희선. 아, '술도 잘 마시고'는 빼주실래요? (웃음)

김희선은 최근 예능 나들이도 잦은 편이다. tvN '섬총사'에는 고정 출연 중이고, SBS TV '미운 우리 새끼'에도 특별 MC로 나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는 "예전에 제가 진행한 '화신'의 시청률이 높지 않았던 이후 오랜만에 많이 나가고 있다"며 "'섬총사'는 (강)호동 오빠도 그렇게 얘기하지만 나 자신을 치유하는 프로그램이다. 게다가 유부녀로서 이보다 안전한 외박이 있겠느냐"고 웃으며 말했다.

당분간 계속 예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요새는 지상파와 케이블 간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것 같다"며 "아이와 아이의 친구들도 제가 TV에 자주 나오면 반응을 보이는 나이가 돼서 더 재밌다"고 긍정적인 답을 내놨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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