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 충북도교육정보원 교사
[시선]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게다가 영어회화전문 강사, 스포츠 강사제를 둘러싼 처우개선과 폐지주장이 대립하며, 교육계 안팎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청년실업과 저출산 사태, 농촌인구 감소 문제까지 얽혀 있어 '과정의 공정성'과 '결과의 정의'를 향한 합의가 쉽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람과 고민을 함께 나누던 직장동료들, 같은 꿈을 꾸며 달려온 선후배들 사이가 갑자기 서먹해졌으며, 온라인상에서 서로 상처가 되는 말들을 쏟아내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구성원들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간질 정책'은 역대 독재정권이나 침략적 제국주의 국가들이 통치수법으로 흔하게 사용해 온 방식이다. 이간질 정책에 대항하는 방법은 연대를 통한 제3의 길 찾기로 돌파하면 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우리 사회의 교육, 경제, 복지 등 총체적 난국이 얽혀 있다는 점에서 제3의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갈등이 청년실업의 위기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선의의 발상으로부터 비롯됐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따라서 이 혼란 속의 길 찾기에 앞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원칙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한다.

먼저, 모든 쟁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과 교육이다. 어떠한 교사선발 방식과 고용형태가 학생 교육의 질을 높여줄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교과수업 뿐 아니라 상담과 자율활동, 생활지도 등 학생의 전인적 성장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와 고용 방식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 주기 바란다.

다음으로 교사의 자질과 사명감을 높이고, 교육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교원양성 과정과 임용방식 전반을 검토해 교사가 자존감과 사명감을 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고용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고용형태 간 임금과 업무의 차이가 합당한지, 업무부여 체제가 적절한지 학교현장의 요구와 인권적 요소를 두루 살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같은 정책 설정을 위해 현재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흔히 OECD기준 대비 교원 수를 거론하는데, 이 수치 속에는 학급담임이나 방과후 교육 등 보편적인 교무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보건·영양 등의 특수영역 교사들이 모두 포함돼 있다. 또한 학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농촌학교의 교원 수도 포함돼 있다. 단순한 평균치 통계에 근거한 교원수급정책 속에 정작 학교현장은 늘 업무가중과 교원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정 과목의 교사를 아예 구하지 못하거나, 수년 동안 기간제 교사를 구하는 어려움이 되풀이되는 학교도 적지 않다. 교사들의 업무피로도 증가와 교원수급불안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학교현장에서 겪는 인력수요의 고충과 교육적 요구를 세심하고 정확히 반영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리 정부가 천명한 기회의 평등, 공정한 과정, 결과의 정의는 순차적으로 이뤄질 때 제대로 실현될 것이다. 결과의 정의만 앞세워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역대 정권이 비판받았던 전시행정을 답습하는 길이다. 무리한 전시행정은 때가 되면 성과를 낳는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이룬 정의와 균형마저 무너뜨린다. 이제 더 이상 임기응변식 고용정책으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더 해서는 안 된다. 학교현장의 인력수요는 백년지계의 안목으로 설계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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