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엣나인필름 제공]
▲ [엣나인필름 제공]
한국 영화계에 언제부턴가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최근 한 여배우는 인터뷰에서 "남자 배우들은 차기작이 두세 개씩 기다리고 있는 반면 여배우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별로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더 테이블'은 이런 점에서 반가운 영화다. 상업적 기획 없이 만든 초저예산 영화지만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등 소위 '잘 나가는' 여성 배우 4명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영화는 어느 하루, 한 카페, 한 테이블에 머물다 간 손님 네 쌍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관객들은 카페 주인 혹은 옆자리 손님이 되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유명 배우가 된 유진과 전 남자친구 창석의 이야기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됐던 사람과 시간이 흐른 뒤 재회했을 때 갖게 되는 실망감과 씁쓸함, 아쉬움 등을 담아낸다.

이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하룻밤 사랑을 나눈 후 오랜만에 재회한 경진과 민호다. 두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서, 용기가 없어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채 뱅글뱅글 돌기만 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 속 은희와 숙자는 전문적으로 결혼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다. 가짜 모녀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설정을 주고받으며 일에 필요한 대화만을 이어가지만, 그 사이 상대방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뜻밖의 교감을 이룬다.

마지막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미 헤어진 사이지만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혜경과 운철의 이야기다. 결혼이라는 선택을 앞둔 혜경과 전 연인 운철의 대화를 통해 이들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지난해 '최악의 하루'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김종관 감독의 신작이다.

김 감독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이들은 솔직하지 않고 의존적이며 약하고 상처받는 사람들"이라며 "오고 가는 두 사람만의 사적인 대화들 안에서 사람의 어리석은 근성과 삶의 단면들,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흘러가길 바랐다"고 밝혔다.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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