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3. 엄마의 그늘

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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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할 수 있어요. 안해줘도 돼요.” 혹시라도 아버지가 미안함을 느낄까봐 어린 아이는 마음을 숨기는 법부터 배웠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7살 준성이는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어 한다. 그러나 한번도 아버지 성문 씨에게 여느 친구들처럼 학원을 보내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학원을 다니기에 집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느꼈기 때문이다.

아버지 성문 씨는 “도복입고 돌아다니는 또래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운 눈빛을 하면서도 똑같이 보내달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늘 ‘해달라’는 말보다는 ‘괜찮다’, ‘안해줘도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많이 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5살인 동생 준희는 아직 마음을 숨기기에는 어리다. 준희는 발레 학원을 가고 싶어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발레 공연을 보고 연신 동작을 따라하는 준희다.

그런 준희를 보면서 아버지 성문 씨는 못내 씁쓸함을 삼킨다. 지금 아버지 성문 씨 형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을 시키기도 어렵다.

돈이 부담돼 남들 다 보내는 유치원 한번도 보내주지 못했다.

당뇨가 있는 신부전 환자인 그는 건강이 갈수록 악화돼 정기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구하는 게 언감생심이 됐다. 밀린 방세에 생활비까지 아이들에게 책 한권 사주는 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다. 아버지는 못 가르쳐주는 자신 때문에 혹시라도 아이들이 나중에 힘들어할까봐 늘 죄인의 마음으로 산다.

그는 “다른 부모들은 학원도 여러개 보내고 아이들 하고 싶은 데로 다 해주는데 우리 아이들은 못난 나를 만나 고생만 한다”며 “몸 상태도 좋지 않아 아이들을 옆에서 데리고 공부시켜주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성문 씨는 기회가 생기면 아이들이 자는 틈을 타 밤에 대리운전을 나간다. 온몸이 부어 투석단계까지 온 상태이지만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려는 마음에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성문 씨는 “부족하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아이들을 든든하게 보호해주고 지원해주는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25일자 1면에 4편 계속>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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