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最古 문학잡지 ‘호서문학’
1954년 발간한 2집 오리무중
호서학보 소유권 놓고도 공방

국내 최장수 문학단체인 호서문학회(湖西文學會)가 수십년째 중요 문학자료들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한국 최장수 문학잡지인 ‘호서문학’이다. 호서문학은 고(故) 정훈(丁薰)시인을 비롯해 대전 작가들이 중심이 돼 창립한 호서문학회의 회원들 글을 엮어 발간하고 있는 잡지다.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장 속에서도 치열하게 쓰며 문학의 가치와 정신을 발견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호서문학은 1952년 창간호가 발간된 후 현재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전은 물론 한국문학계에서 역사적으로 높은 가치를 자랑하지만 초기 발간된 일부 작품의 행방은 수십년째 오리무중(五里霧中) 상태다. 호서문학회는 1952년 창간본 발간 이후 현재까지 호서문학 총 59집을 냈는데 이중 1954년 2월 발간한 2집의 소재가 여전히 묘연하다.

6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호서문학회 회원들은 호서문학 2집을 찾아나섰지만 좀처럼 소장하고 있다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송영숙 호서문학회장은 “벌써 60년이 넘는 세월, 한국전쟁 때부터 해왔던 문학지이기때문에 현재 가지고 계실만한 분을 찾기가 정말 쉽지 않다”며 “문학회 회원들도 그동안 역사를 잘 보존하겠다는 사명을 안고 자료를 찾으려 애를 많이 써왔지만 아직까지는 어떠한 결실을 맺지 못했다”고 말했다.

창간호인 1집 원본도 정작 호서문학회가 소장하고 있는 것은 한 권도 없다. 창간호 원본은 일부 대학 도서관에만 보관돼있을뿐 호서문학회는 이 원본을 촬영해 복제한 영인본만을 소장 중이다. 호서문학회의 역사를 증명할 문학자료인 ‘호서학보’ 소유권을 놓고서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문학관은 호서학보를 발간한 정훈 시인의 유족으로부터 소장 중인 한 권을 기증받기로 했었으나 아직 제대로 넘겨받지 못하고 있다. 유족은 문학관에 기증을 약속하기 전에 지인에 잠시 빌려줬었는데 이 지인이 현재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관 측은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적은 확인서를 수차례 보내 반환을 요청했지만 상대방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끝까지 반환을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문학관 측은 별도의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문학관은 호서학보가 1949년 발간돼 역사성도 깊고 최근 호서문학회의 역사를 앞당길 기록도 발견된 귀중한 자료여서 확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강태근 대전문학관장은 “지역에 소중한 문학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