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투데이포럼]

광복절을 앞두고 열 명의 고등학생들과 카페에서 만났다. 한 학생의 손에 들려 있는 ‘2017 창의융합형 인문학기행 워크북’을 펼쳐봤다.

“생각이 바뀌고 앎이 바뀌어야, 삶이 바뀌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이 찾아야 할 인문학의 힘은 다양하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앎들을 엮어보고 따져보는 것입니다. 그냥 거죽만 보는 게 아니라 이치를 따지고 그것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지금 우리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짚어보면 우리가 무엇을 더 배우고 익히며 살아가야 할지를 깨닫게 되는 겁니다.(김경집)” -충남교육청 인문학기행 자료집 서문 일부-

충남의 60여 학생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행 상품, 충남교육청과 교사, 학생들이 함께 디자인한 명품 캠프, ‘창의융합형 인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대련에서 시작해서 단동, 연길, 용정, 하얼빈, 블라디보스토크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버스로 이동하고, 야간열차로 대륙을 횡단하며 교과서의 역사를 발로 읽고 가슴에 새겼다. 10박 11일 동안 웅대했던 고구려와 발해, 독립운동가의 발자취, 일제의 학살과 생체 실험 현장, 손에 잡힐 듯한 북한 땅을 바라보며 동북아의 큰 그림을 그려보고 통일 조국을 떠올렸을 것이다.

뤼순감옥 안중근, 용정중학교 윤동주, 집안시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연해주 신한촌의 이상설과 최재형, 백두산 천지, 일송정 푸른 솔과 두만강 푸른 물을 만나고 돌아온 지 10일째 되는 날이다. 인문학기행에 참가했던 학생들을 만나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웠던 점, 내년에 참가할 후배들을 위한 제안의 자리로 간담회를 마련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데이트를 신청한 것이다.

‘독립운동, 펜이냐 총이냐’라는 주제로 사전활동을 전개했다는 <코레아우라(대한독립만세)> 모둠의 여학생은 시가 무기가 되고 저항이 되던 시대를 산 윤동주 시인의 교실과 묘소에서 시 낭송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동북공정에 대항하여 우리역사 바로알기’라는 주제로 토론했다는 학생은 강한 어조로, “광개토대왕릉비와 고분에서 우리말로 설명하시는 선생님을 강하게 제지하는 중국 현지 경찰과 발해 상경용천부의 유물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동북공정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라며 얼굴을 붉혔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하여(독립운동 사적지 활성화 방안)’라는 주제로 기행에 참가했던 <감탄史> 모둠 학생은 잡초만 무성한 청산리 전투 현장과 연해주 어느 독립운동가의 허물어져 내리는 옛집에서 자랑스러움보다 죄송함이 앞서 눈을 감았다고 했다.

“이제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이라는 노래를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게 되었어요.” “서파와 북파로 백두산을 올라 천지의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보았는데, 빨리 통일이 되어 우리 땅인 동파로 천지에 가고 싶어요.” “선구자를 합창하던 일송정 언덕에서 강원도 원주가 고향이라는 팔순의 할머니께서 건네주셨던 눈물의 옥수수가 잊히지 않아요.”

모둠별 보고서와 개별 글은 책으로 엮어 출판기념회를 끝으로 인문학기행은 마무리될 것이다. ‘창의융합형 인문학기행’이 동북공정에 대한 피해 의식과 민족주의를 넘어 동아시아의 평화를 말하고 통일 한반도를 이끌어가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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