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위원, 가해 연루 학생 두둔하는 듯한 발언해 논란
‘비공개’ 학생 신원… 사전파악도

<속보>= 천안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 해당 학교의 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진상 조사 과정에서 특정 위원이 가해 연루 학생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자 6면>

게다가 일부 학폭 위원은 회의 전 비공개 대상인 가해 연루 학생의 신원까지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공정성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충남교육청과 해당 고교, 학부모 등에 따르면 학교 측은 지난달 4일, 2건의 학교폭력 사안 처리를 위한 학폭위 회의를 개최했다.

앞서 이 학교는 6월 말 학폭위 참석 안내문을 위원 10명과 관련 학생 보호자에게 송부했다. 안내문에는 사건의 개요가 간략하게 게재됐으며, 관련 학생들의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학폭위 위원과 해당 학생들과의 사전 접촉을 막기 위해서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을) 미리 알면 손쓰고 하도 그래서 전담기구의 자료를 통해서 판단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회의의 공정성을 해칠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천안교육지원청 담당 장학사도 “위원들은 소집되기 전에 학생들을 만나볼 수 없다. 학생 관련 내용은 비공개다. 회의 참고 자료도 30분 전에 받아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학부모가 녹음한 파일을 들어보면, 한 위원(여성)은 “A 군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왜소하더라구요”라고 말한다. A 군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한 발언이다. 이 위원이 언급한 A 군은 이날 심의한 사안 1에서는 피해자로, 사안 2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상태였다. 하지만 학폭위 회의록에서 이 발언은 빠져있다.

사안과 관련된 일부 학부모는 “학교 측이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 발언을 회의록에서 누락한 것 아니냐”라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당시 회의록을 보면, 가해 혐의 학생에 대한 특정 위원의 편파 발언은 여러 곳에서 발견됐다.

회의 직후 위원들끼리 조치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특정 위원은 “A 군은 혐의가 없어요”, “(피해가) 지속적인 것도 없고, 다 이벤트성이에요”, “괴롭혔던 실체가 없어요.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요”라며 A 군을 옹호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회의록에 있는 위원이 누군지 확인해 줄 수는 없다. 회의를 녹음한 파일도 제공해주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회의가 8시간 가까이 되다 보니 모든 내용을 회의록에 담긴 어려웠다”면서 “위원 중에 해당 발언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A 군에게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은 이날 심의에 직접 나와 피해 내용을 진술했다. 그러나 정작 A 군은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A 군의 아버지가 참석해 진술했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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