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이라 하는 사람도 있겠다. 그렇지만 지나야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두 달 전 끝난 '프로듀스101 시즌2(일명 프듀)'가 그렇다. ‘프듀’는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 101명이 모여 최종 11인에 들기 위해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이다. 투표에 의해 연습생들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 그들의 숙제이자 숙명이다.

여자버전 시즌1도 인기였지만, 남자버전 시즌2는 더했다. 여자 프듀 1위보다 남자 프듀 9위의 표가 더 많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보통 팬덤 문화는 '여자'가 주축인지라 그러하리라. 나도 여자인지라 빠졌었다. 처음엔 ‘이걸 왜 보나’ 했다. 하지만 101명의 남자 중에 나의 이상형이 한 명쯤은 있었을 것이고, 매주 투표하는 나를 발견했다. 생각해보면 이 프로그램이 사람의 묘한 심리를 자극한 게 아닌가 싶다. '내가 뽑은 사람이 살아남아 데뷔를 해?' 그런 짜릿함이 어디 있겠는가. 말 그대로 '국민 프로듀서'다. 그러다 보니 응원전도 뜨거웠고, 투표해달라며 캠페인을 벌인 팬들도 많았다.

이번에 새롭게 깨달은 게 있었으니 바로 '세상이 달라졌고 팬들도 달라졌다'다. 들어는 봤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카톡 오픈채팅방은 '익명'으로 대화할 수 있고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ㅇㅇ를 좋아하는 채팅방' 이런 식이기에 서로 성도 이름도 모르지만 한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모인다. 그 안에서 사진과 정보 등을 공유하고, 이윽고 일상도 공유하며 친해진다. 카톡 팬클럽인 셈이다.

이렇게 뜨거운 관심 속에서 탄생한 프듀2 11명의 그룹 '워너원'은 그에 맞는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콘서트는 1분 만에 매진됐으며 그 암표의 가격은 100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CF는 물론 예능까지 접수했다. 신곡 또한 차트 상위권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11명에 들지 못한 연습생들도 데뷔를 하거나 활동을 재개했다는거다. 그들 인기 역시 무시무시하다. 오디션에 참가했던 그룹 '뉴이스트' 팬미팅 역시 2분 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탈락이 탈락이 아닌 셈이다. 놀라운 프듀 효과다. 이 '투표돌'들의 신기록이 어디까지 갈지 기대된다. 시즌3가 나온다면 남녀혼성일라나. <김윤주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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