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박연수 충북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

한남금북정맥(漢南錦北正脈)은 백두대간(白頭大幹)의 속리산(俗離山) 천왕봉(天王峰, 1058m)에서 분기해 충북을 가로질러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七長山, 492m)까지 154㎞(도상거리)를 잇는 산줄기이다. 한강의 남쪽, 금강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한남금북정맥은 칠장산에서 서북쪽으로는 한남정맥이란 이름으로 김포의 문수산(文殊山, 376m)까지 이어지고, 서남쪽으로는 금북정맥이란 이름으로 태안반도(泰安半島)의 안흥진(安興鎭)까지 이어진다. 백두산에서 발현한 민족정기를 우리의 생활영역까지 이어주는 산줄기이며, 생태계의 주요 이동통로이기도 하다. 백두산 호랑이가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했었다는 것도 백두대간과 정맥이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민족정기와 생태계를 이어주던 산줄기는 산업화와 현대화의 과정에서 사람의 편리성과 탐욕으로 인해 수많은 생채기가 났다. 도로라는 거대한 철책선과 전원주택 및 영업시설, 공장 및 산업단지, 농지 등 생태통로는 단절되고 흐르던 민족정기마저 맥이 끊어졌다.

좋은 환경을 찾아 산속을 개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 터전에서 생활하던 야생동물들은 생활터전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농가로 내려온 멧돼지와 고라니는 농민들의 적이 되고, 길을 건너던 삵·노루·담비·오소리·너구리 등은 로드킬(Road Kill·야생동물이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것)을 당한다. 2012년 천연기념물 217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Ⅰ급으로 지정된 산양이 속리산 인근의 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사건은 도로가 얼마나 위험한 공간인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그들이 도로로 뛰어들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또 있다. 산양삼, 산야초 등 임산물 보호 및 농장을 위해 설치한 철책은 야생 동물에게는 치명적 장벽이다. 속리산 말티에서 서북쪽으로 마루금을 따라 오르면 약 580m봉에 다다른다. 이 봉우리에 오르면 처음 맞이하는 것이 철책이다. 사람 높이보다 높게 설치된 철책의 상부에는 가시철조망이 휘 감아져 있다. 규모 또한 대단하다. 저 너머 육안으로 바라보이는 능선까지 둥그렇게 이어진 철조망은 수십 만 평이 되어 보인다. 현지주민에 의하면 산양삼을 지키기 위해 지원을 받아 설치한 것이라 한다. 하지만 중간 중간 들추어진 철책은 사람은 갈 수 있으나 야생 동·식물만 차단된 느낌이다. 보은 법주리의 마루금에는 옛 목장 터의 철조망이 능선을 따라 나무 깊숙이 박혀 있고, 낭성 추정리 산정말 또한 마루금을 따라 '이 지역은 고랭지 사과, 장뇌산삼, 야생두릅, 특수작물 재배지역이오니 입산을 금지합니다. 무단 입산 시 형사처벌을 받게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여기 또한 가시 철책은 나무 깊숙이 박혀 있다.

철조망에 가로막힌 한남금북정맥에서 야생 동·식물이 자유롭게 살게 할 순 없을까? 국가는 산림생태계 회복의 공공적 가치와 사적이익에 대해 무엇이 우선인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천문학적 돈을 들여 백두대간에 이어 정맥까지 '민족정기 회복과 산림생태계 건강성 유지를 위한 백두대간 정맥 생태 축 복원사업'을 하는 이유는 백두대간 및 정맥의 생태 자원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복원 사업이 진정성을 갖기 위해서는 마루금에 설치된 철조망부터 걷어내야 한다. 임산물 보호가 꼭 필요한 곳에는 가볍게 경계 표시를 하고 CCTV설치를 지원하는 것이 더 경제적일 것이다. 한남금북정맥이 생태적으로 건강해야 충북과 국가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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