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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같아 그랬다고?’

나인문 기자 nanews@cctoday.co.kr 2017년 08월 11일 금요일 제18면     승인시간 : 2017년 08월 10일 20시 06분
[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금쪽같은 자식을 군대에 보낼 때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선임병의 구타 등 잘못된 병영문화다. 혹시 기합은 받지 않을까, 왕따를 당하지는 않을까, 혹시 두들겨 맞지는 않을까 불면의 밤을 보내게 된다. 지난 2014년 동료 병사에게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했던 육군 22사단 임모 병장 사건은 수년이 흘렀지만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기만 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또 다른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동안 부모들의 걱정했던 선임병에 대한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군 인권센터에 의하면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형사입건된 박찬주 대장(전 제2작전사령관)의 부부는 공관병들에게 전자팔찌(호출벨)를 채워놓고 시도때도 없이 온갖 심부름을 시키는가 하면,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았다고 한다. 박 대장은 골프 연습을 할 때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게 하거나 군 복무 중인 자신의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운전부사관에게 태워 오도록 했다. 육군 서열 4위인 최고 지휘관이 나라를 지키려고 입대한 국민의 아들을 솔거노비처럼 부려먹는 것도 부족해 가혹행위까지 일삼았다고 하니 국민의 공분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냉장고를 10대씩이나 들여놓고 원님(남편) 덕에 나발(호령)을 불어대고는 “아들 같이 생각해서 그랬다”는 박 대장 부인의 말은 뻔뻔함을 넘어 분노심마저 치밀어 오르게 한다. 많은 국민들이 '박찬주 부부의 갑질'에 분노하는 이유다.

이 시간에도 62만 명의 아들 딸들이 군에서 먹고 잔다. 사병도 아닌 장성, 그 것도 별 넷인 대장의 부부가 저지른 엽기적인 행각을 보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심정은 오죽할까 욕지기가 절로 나온다.

군 수뇌부의 이러한 기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도 30여년 전, 육군본부에서 범죄수사단장 당번병으로 근무한바 있다. 그 때의 김모 단장 부부 역시, 지금의 박 대장 부부와 너무도 쏙 닮았었다. 아침마다 위장에 좋다는 쑥 즙을 내놓으라는 명령에 계룡대 들판에서 매일같이 쑥을 뜯어 절구로 빻아 바쳐야 했다. 단장 부부의 새벽기도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대원들은 돌아가며 밤새 불침번을 섰다. 그의 아들·딸이 서울에서 내려오면 대전역까지 마중나가 계룡대까지 극진히 모셔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문제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병폐가 대물림돼 왔다는 점이다.

논어에서는 ‘기소부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 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에게 시켜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번이야말로 군내 갑질문화를 뿌리뽑는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장병들의 인권문제나 처우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군복을 입고 지나가는 군인만 봐도 내 자식 같아 한 번 더 쳐다보는 게 우리네 부모들의 심정이다. 그런 대우를 받고 군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지는 게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찬주 부부의 갑질 행태는 앞으로 군대를 보내야 하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군에서 생활하는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악행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요즘, 국토를 방위하고 국민의 안녕을 위해 애쓰고 있는 대다수 군인들과 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범죄행위는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군은 병역의무의 숭고한 이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군에 쏟아지는 의문과 불신을 걷어내는 강도높은 국방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 좌고우면할 이유가 하등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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