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획]생활속 일본용어
국립국어원 2005년 자료집 발간
교육현장 등 잔재 바로 잡아야

“정경 유착은 대한민국 사회에 여전히 큰 병리 현상입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정경 유착이란 표현은 정치와 경제가 엉겨 붙는다는 뜻으로 언론 등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되고 있지만 사실은 일본식 한자말이다. 이렇듯 아직도 일상생활과 공공기관 등에서 사용하는 일본어 잔재는 너무나 많다.

국립국어원은 2005년 광복 60주년 기념문화사업 일환으로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을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무려 1171개의 순화 대상 용어가 수록돼 있지만 그보다 많은 ‘일본어 투 용어’가 사실상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되고 있다.

‘가을이 다가오니 센치하다’는 ‘감상적인’이라는 의미를 가진 sentimental(센치멘탈)의 일본식 영어 발음이지만 종종 실생활에서 들을 수 있다. 금기한다는 뜻을 가진 ‘터부’(taboo), ‘계란후라이’(fry)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기관과 법조계, 스포츠, 경제용어에서도 일본어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이전 7급과 8급 공무원의 직급 명칭인 ‘주사보’와 ‘서기’도 일본식 계급 명칭으로 공직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흔히 사용되는 ‘검시’는 ‘사망원인 조사’로, 판결문에 자주 언급되는 단어인 '가압류', '가처분', ‘감안’ 등은 '임시집행', '임시처분', ‘참작’ 등으로 바꿔 사용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이다.

야구경기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어율'은 '평균자책점'으로, '원정경기'는 '방문경기'로 순화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원금(본전) △애매하다(모호하다) △기스(상처) △간지(멋) △닭도리탕(닭볶음탕) △다데기(다진양념) △뽀록(들통) △곤색(검남색) △시합(겨루기) △적자(결손) △분빠이(분배) △가라(가짜) △공란(빈칸) △가오(체면) △쿠사리(면박) △꼬붕(부하) △국채(나라 빚) △쇼부(승부) △잉여(나머지) △시마이(끝냄) △쓰키다시(곁들이) △찌라시(선전지) △야지(야유) △후카시(품재기) △우라까이(변경하다) 등 일본식 표현이 여전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같은 ‘일본어 투 용어’를 바른 우리말로 바로잡기 위해 각 기관도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2월 도내 학교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없애기 위해 일본 향나무 교목 지정을 해제하고 공문에 사용되는 일본식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꿀 것을 각급 학교에 요청했다.

교육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일본식 한자어나 일본어 투의 말인 '훈화·훈시', '사정회', '공람', '별책' 등을 우리말인 '말씀', '학년 말 평가회', '돌려봄', '따림책' 등으로 사용하자는 것. 일제시대의 잔재로 여겨지는 몇몇 동, 리, 지명을 순우리말로 변경하면서 청주시의 한 지명인 ‘본정통’이 '성안길'로 바뀌기도 했다. '본정'은 '도시 중심의 거리'를, '통'은 '길'을 뜻하는 일본말이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바르고 좋은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국립국어원은 ‘일본어 투 용어 순화집’ 등 공공정책 자료집을 발간하고 미디어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며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일본어 투 용어를 순화해 바른 우리말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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