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외국인이 우리나라, 일본이 이웃해 있으니 비슷한 나라가 아니냐고 한다면 기분이 나쁘다. 민족과 언어, 역사배경과 문화가 다른데 다만 인접해 있다고 그렇게 본다면 큰 오해이기 때문이다. 어깨를 촘촘히 맞댄 유럽 여러 나라들의 경우와는 다르다. 하기야 유럽이라 하더라도 발틱3국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우리는 별 구분 없이 묶어 동일권역으로 생각하는데 실상 언어와 역사, 문화가 각기 다른 나라들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호주와 뉴질랜드. 남태평양에 위치한 이들 국가를 우리는 거의 동일인식으로 바라본다. 관광패키지에서도 함께 묶어 일정을 잡고 국토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그다지 뚜렷하게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두 나라는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우리와 일본 이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우선 거리도 2000㎞이상 떨어져 있고 토착민족, 자연환경과 인문지리 그리고 살아가는 모습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뉴질랜드의 경우 우리보다 세배 이상 면적인데 인구는 450만 남짓이니 여유와 느긋함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원주민 마오리족과의 상생, 공존을 시도하려는 노력은 인정할만하다. 특히 이 지역 토종 식물인 고사리에 대한 남다른 인식과 존중도 그렇다. 뉴질랜드 고사리는 풀이라기보다 나무에 속하는데 큰 경우 10m가 넘기도 한다. 고사리 잎 뒷면이 은색인 실버 펀(silver fern)은 그리하여 가장 선호하는 국가 상징물, 대표 브랜드 이미지로 두루 쓰인다. 캐나다가 내세우는 단풍이나 일본의 벚꽃, 네덜란드 튤립 이상으로 고사리에 대한 뉴질랜드의 집착은 대단하다. 나라 곳곳의 벤치 모양이나 에어 뉴질랜드 항공기 기체 디자인 그리고 얼마 전에는 영국연방 국가들의 공통으로 쓰는 유니온 잭을 버리고 고사리를 활용한 새로운 국기를 추진했으나 경기침체 등을 이유로 호응을 못 얻고 일단 보류된 적이 있다. 고사리라는 평범한 식물을 중심으로 응집되는 뉴질랜드 국민의 일체감 조성노력은 확실히 주목할만 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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