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현리 991도로 개인 무단점유
개비원·철책 쌓아 넓은밭 조성
주민들 민원 불구 郡 수수방관
저급·저질 행정의 민낯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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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죽현리 소재 991국가도로와 989 구거 부지 위에 불법으로 점용해 쌓은 개인의 개비원.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죽현리 991도로를 막은 옹벽용 개비원에 이어진 철책이 들어서 있던 올 6월 경 상황. 현재는 A 씨가 일부 철책을 걷고 지목변경 없이 개인용 주차장으로 조성한 상태다. 마을 주민 제공
충북 진천군의 한 국가도로가 종적을 감춘 채 사유화(私有化)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진천군은 국민의 공유재산인 국가도로가 몇몇 개인의 이익 만을 위해 수년째 무단으로 논과 밭, 정원, 주차장 등으로 제멋대로 사용되고 있는 데도, 어찌된 영문인 지 아예 눈을 감고 있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1974년 조성된 진천군 광혜원면 죽현리 991 도로(2830㎡)는 사방댐과 안성으로 넘어가는 장고개(속칭)를 연결하는 국가(국토교통부)소유의 도로였다. 예부터 이 도로는 죽현리 주민들 뿐만 아니라 이월·광혜원면 등 인접지역 주민들이 경기도 안성 5일장을 이용하기 위해 사용하던 길이다.

그러나 주민들에 따르면 2007년 도로와 인접한 부지를 구입한 외지인 A 씨가 이 도로와 기존 관습도로, 구거(溝渠) 위에 철망으로 돌멩이를 쌓아 놓은 옹벽용 개비원과 철책을 쌓았고, 국가도로와 구거 부지에 대한 사용료나 점용허가 없이 10여년째 무단으로 점용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토지 일부와 다른 주민의 사유지와 군유림, 구거, 하천부지에 걸쳐 새로운 대체도로까지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유지가 새 대체도로에 포함되자 기존 도로의 원상복구를 놓고 7~8년여 전부터 마을 주민 간 분쟁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원주민은 “어린시절 뚝방길을 따라 다니던 991도로와 바로 옆 관습도로는 주민들 대부분이 안성장터 등을 오가던 길”이라며 “외지인이 동네로 들어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의 통로를 일방적으로 폐쇄한 사실 자체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군에 수차례 민원을 넣고 하소연을 해봤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약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군이 마을 주민을 무시하거나, 특정인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분개했다.

게다가 주민들은 분쟁이 일고 있는 해당지역은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A 씨가 구입한 것으로, 국가도로를 포함해 이미 넓어진 부지는 부동산 현장에 매물로 내놓은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A 씨는 “토지 구입 당시 밭의 유실이 너무 심해 개인 돈을 들여 개비원을 쌓았다”며 “일부 국가도로가 점용된 부분은 잘못이지만, 이곳이 도로였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이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커녕 관리대장도 없이 이를 수년째 수수방관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공유재산이 사유화 될 때까지 군의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못한 데 대해 “대명천지에 이러한 후진적이고 원시적인 행정이 이뤄질 수 있느냐”며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여러차례 민원을 제기했는 데도 불구하고, 군이 이처럼 눈을 감고 있는 것은 저급한 행정의 민낯을 보여줌과 동시에 특정인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민원이 생겼을 때 당시 지적도상에 표시된 국가도로가 있는 점은 인지했지만,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기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현재 행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불법사실과 관련해 사법당국에 고발조치하는 한편, 변상금 및 강제이행금 징수 등 국가도로 사유화에 따른 강력한 행정적 처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정재호 진천부군수는 “국가 재산에 대해 관리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 같은 행태는 진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수조사와 함께 특별법 제정에 대해 중앙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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