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청주 문의파출소 경사
[투데이춘추]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12년째 OECD 34개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고 하루 평균 자살자가 44명이나 된다. 또 우리가 사는 충북은 강원도와 충남에 이어 전국에서 자살률 3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갖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사계절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대청호를 가는 길목에는 '문의대교'로 불리는 다리가 있다. 그런데 이곳이 언제부터인가 ‘문의대교’가 아닌 '자살 대교'라는 다른 수식어가 붙여지고 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문의대교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더니 올해는 벌써 두 명이나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다. 1980년 문의대교가 생긴 이래 40여 명이 이곳을 찾아 목숨을 버렸고 2013년부터 최근까지 문의대교 자살기도자 통계를 찾아보니 5년 내 10명이 문의대교에서 소중한 생명을 대청호에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관계 기관에서는 더 이상의 자살기도자를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문의대교 양쪽에 CCTV 2대를 설치했으며 교량 양측에는 추락감지 센서를 부착, CCTV 카메라가 교량 펜스에 접근하는 사람을 자동으로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지책을 마련했는 데도 최근 들어 문의대교를 찾는 자살기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를 막기 위해 펜스 높이를 높이는 등 추가 안전시설물 설치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무슨 고민 있어?’, ‘많이 힘들었구나’, ‘잘 버텨줘서 고마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사랑합니다’ 등 한강 다리 자살 예방 문구처럼 자살기도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마지막 선택의 갈림길에서 '죽고 싶은 마음' 보다 '살고 싶은 마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감성에 호소하는 접근도 필요할 것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지구대, 파출소 경찰관이 출근하면 수도 없이 무전을 통해 듣는 112신고 지령, 그중 으뜸은 자살 의심 신고이다. 종종 현장의 경찰관들이 소중한 생명을 영웅처럼 구하여 인권 수호 경찰로서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내려놓는 사람들을 보면 언제나 내 부모, 내 형제의 일처럼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부모나 자식, 친구를 잃고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생각해 주길 바라며 소중한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라는 문구를 가슴 깊이 새겨보며 문의대교에 더 이상의 자살 기도자가 생기지 않기를 희망하며, 이른 시일 내 문의대교는 '자살 대교'가 아닌 '살자 대교'로 제 이름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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