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훈련사 이웅종씨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출간

▲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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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는 이유, '사랑해서'인가요 '사랑이 필요해서'인가요

반려견 훈련사 이웅종씨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예전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를 '애완견'으로 불렀다. 그러나 동물을 장난감 같은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이제는 '반려견'이라는 용어가 자리잡고 있다.

반려견 인구도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반려견이 처음으로 100만마리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 반려견 문화의 수준은 아직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기에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반려견 훈련사인 이웅종 연암대 교수는 신간 '개는 개고 사람은 사람이다'(쌤앤파커스 펴냄)에서 아직 질적으로 부족한 우리의 반려견 문화를 냉철하게 지적한다.

'상근이 아빠'로 잘 알려진 그는 "지금의 애견산업은 '애정 대체 사업'쯤으로 가는 느낌"이라면서 '사랑하기 때문에 개를 키우는지, 아니면 사랑이 필요해서 개를 키우는지'를 되묻는다.

그는 사랑은 '무조건'적이어야 함을 강조하며 단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예쁘다는 이유로 개를 키우는 것은 그 이유가 사라지면 개를 버려도 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정말로 개를 사랑한다면 개를 사람처럼 대하지 말고 '개'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개에게 일어나는 문제의 90%는 사람이 원인이며 엄연히 다른 종인 개의 특성을 인정하지 못한 '개의 의인화'가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개에게 예쁜 옷을 입히는 행위도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는 털이 있어 인간보다 추위를 더 잘 견딜 수 있으며 땀샘도 거의 없다. 개는 색맹이라 화려한 색상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신체를 바라볼 수 있는 인간과는 달리 개는 앞을 보도록 특화돼 있어 자신이 옷 입은 모습을 볼 수도 없다.

이른바 '문제견'도 인간의 시각에서 개를 바라보는 데서 나오는 문제다. 우리는 '사람의 시계'로 개를 바라보지만 개와 사람의 시간은 다르다. 물고 짖고 대소변을 못 가리고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는 개들은 제대로 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유아기를 거치고 사춘기로 성장할 무렵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개에게도 사람의 사춘기에 해당하는 16주의 시간이 사회화에서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의 시각에서 이런 점을 간과한 주인들 때문에 이 시기 제대로 '사회화'를 거치지 못한 개는 '문제견'이 된다.

활동성이 강해 이른바 '3대 악마견'으로 불리는 비글이나 아메리카 코커스패니얼, 미니어처슈나우저도 개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할 수 있다. 활동성이 강한 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마당이 없는 공동주택에서 개를 키우면서 단지 키우기 어렵다는 이유로 '악마견'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 역시 인간 중심의 사고가 반영된 것이다.

저자는 반려견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반려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은 개라는 동물에 대한 반감에 있지 않다. 개가 싫은 것이 아니라 개를 키우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스스로 분별 있고 사리에 맞는 행동을 하면 반려견 문화가 존중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304쪽. 1만5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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