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우리는 '달나라'에 토끼가 절구통을 찧으며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과학의 발달로 달 표면을 밟고 온 우주인이 생겨나고 결국 달에 대한 상상은 깨졌다.

그러나 정월 대보름이 되면 어렸을 때 꼬깃꼬깃 접어 주머니 깊숙한 곳에 감춰놓은 1000원짜리 혹은 500원, 100원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듯 가슴 속 저 밑자락에 넣어 둔 소망들을 꺼내어 '달님'에게 빌어보곤 한다.

그러면 어머니의 환한 미소처럼 달님은 포근한 달빛으로 화답해 줬으며 우리는 그 소원의 성취 여부를 떠나 아름다운 달빛 하나만으로도 만족해했다.

어머니 혹은 연인의 환한 미소 같은 빛으로 우리를 반겨주는 대보름과 모든 것을 다 포용할 수 있을 것같이 시원하게 뚫린 겨울 바다가 함께 있는 장소로 떠날 기차가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철도청 '해운대 달맞이 축제열차'운행

철도청은 정월 대보름날인 오는 15일 대전에서 출발해 부산 해운대에서 겨울 바다의 정취 등을 느끼고 대보름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는 '해운대 달맞이 축제열차'를 운행한다.

해운대 달맞이 축제열차는 '자갈치 아지매'들의 구수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남해안 최대의 수산물 시장인 자갈치시장을 둘러본 뒤 7.4㎞짜리 국내 최초 바다 위 2층 교량으로 만들어진 해안도로를 달리는 게 첫 코스. 105m의 최장 교각으로 시원하게 뚫린 광안대로를 달리면서 광안리해수욕장과 해운대해수욕장, 달맞이고개, 오륙도, 동백섬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해운대해수욕장에 도착해 소나무로 만든 5층 건물 높이만한 거대한 달집을 태우며 묵은 해의 액을 모두 털어 버리고 새해 소원을 비는 해운대 달맞이 축제를 즐기게 된다.

일정은 대전역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옥천, 영동, 김천을 지나 부산에 11시 25분에 도착한 뒤 부산 자갈치시장 관광과 점심식사를 끝내고 광안대교를 경유해 해운대 달맞이 축제에서 달집태우기 등을 관광한다.

이후 오후 7시 40분까지 해운대 바닷가에서의 추억만들기를 접은 뒤 해운대역을 출발해 대전에 밤 11시 15에 도착한다.

열차는 무궁화호 특별열차이며 운임은 성인 1인 기준 4만2000원이고 문의 및 예약접수는 대전홍익관광여행사(221-5585)로 하면 된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온천축제

달맞이 축제열차가 다다르는 부산시 해운대구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14일과 15일 이틀간 연날리기대회, 달집태우기, 민속놀이 경연대회 등의 '해운대 달맞이·온천축제'가 열린다.

14일 낮 12시부터 다음날까지 열리는 국제 연날리기대회에는 전국 연 애호가들이 각양각색의 창착연과 전통연을 선보이며 우리 문화를 한껏 뽐낼 예정이다.

또 15일에는 오전 11시 해운대백사장에서 부산시장배 민속놀이 경연대회가 열려 윷놀이, 널뛰기, 제기차기, 투호 던지기, 팔씨름 등 모두 5개 종목의 민속경기대회가 열리며 각 종목별 1∼3위는 시상도 한다.

이후 오후 3시부터는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오프닝 행사로 민요제를 겸한 노래자랑 대회와 풍물패의 국악공연이 펼쳐지며 1시간 뒤인 오후 4시 구청 앞 온천비 앞에서는 전설적인 해운대 온천의 유래를 표현한 온천제 무용극이 열리고 해운대 일원을 돌며 펼쳐지는 '태극 길놀이·지신밟기' 행사가 여흥을 북돋운다.

오후 5시 15분부터 축제의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월령기원제와 달집태우기 행사가 열리고 백사장에 설치된 대형 달집 앞에 해운대 달맞이 전설무용극이 재현된 뒤 오후 6시부터 달집에 불을 지피며 둥근 달 아래서 새해 소망을 기원한다.

이 밖에도 관광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한마을 강강수월래'와 '촛불 기원제' 등으로 마련되며 오후 9시에는 백사장에 마련된 특설무대에서 '별신굿'공연이 펼쳐져 토속적인 전통 굿을 통해 우리 전통의 해학과 멋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대보름이란?

어머니의 미소처럼 환한 빛을 비추는 정월 대보름은 어떤 의미와 상징성을 갖고 있을까.

대보름날은 우리 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이다. 중국에서는 이 날을 상원(上元)이라 하는데 도교적인 명칭으로 천관(天官)이 복을 내리는 날이라 했으며, 상원과 중원인 7월 15일, 하원인 10월 15일을 합해 삼원이라 부른다.

일본에서도 대보름을 소정월(小正月)이라 해 공휴일로 정해 명절로 삼고 있다.

대보름날의 각종 풍속은 전체 세시풍속 중 1/4이 넘을 정도로 풍부한데 설 풍속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다.

이는 정초와 대보름 명절이 우리 민족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1월의 설과 대보름은 상호보완적으로 설날이 개인적·폐쇄적·수직적이면서 피붙이의 명절임에 반해, 대보름은 개방적·집단적·수평적·적극적인 마을공동체 명절로 두 관념이 교차하며 달의 생성과 소멸주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나에서 우리로 교체·확장되는 일원적 세계관을 보여 준다.

대보름은 상징적인 측면에서 달·여성·대지의 음성원리(陰性原理)에 의한 명절로 달은 곧 물의 여신이므로 대보름과 농경문화는 밀접하다.

땅과 달을 여성으로 여긴 것은 오랫동안 전해 온 지모신(地母神)의 생산력 관념에서 나온 것이다.

'태종실록'에 전하는 경기도 연안부의 용갈이, 용경(龍耕) 풍속이나 '동국세시기'에 전하는 홍주의 용경과 용알뜨기 민속, 영동지방의 용물달기 등은 용신(龍神) 신앙이 농경의례와 밀접함을 보여 준다.
?줄다리기 역시 용사(龍蛇) 신앙의 한 표현이다.
따라서 대보름 달빛은 어둠과 질병, 재액을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이므로 동제(洞祭)를 지내고 개인과 집단적 행사를 한다.
개인적인 기복 행사로는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마시기, 시절음식인 복쌈이나 묵은 나물먹기와 달떡을 먹는 것이 있으며, 줄다리기 ·다리밟기 ·고싸움 ·돌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대보름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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