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심형식 충북본사 취재2부장

지난 달 16일 기록적인 폭우로 발생한 수해의 응급복구가 마무리 돼 가고 있다. 항구적인 복구까지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복구 과정에서 휴가를 포기한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은 수해민들에게 큰 힘이 됐다. 그럼에도 이번 수해에 대한 대처는 다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초동대응 문제다. 지난 달 16일 오전 불가항력적인 폭우가 쏟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청주시의 대응은 때를 놓쳤고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공교롭게도 재해업무를 담당하는 국장, 과장, 팀장, 실무자가 모두 교체된지 2주가 채 안 된 상태에서 내린 폭우에 청주시의 콘트롤타워는 없었다. 통합 청주시 출범 후 처음으로 걸린 비상소집에 신규직원 900여 명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채 헤맸다. 일선 읍·면·동에서는 일손이 부족했지만 비상소집에 출근한 시·구청 직원들은 멍하니 사무실에서 대기해야 했다. 재난대응은 사람이 아닌 매뉴얼이 하는 것이라지만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청주시의 재난전파 또한 신뢰를 받지 못했다. 시민들은 청주시의 재난문자메시지가 아닌 SNS에서 폭우에 대한 정보를 얻고 대피했다. 행정기관의 정보가 민간보다 느리다면 차라리 재난부서에서 SNS를 점검해 위험을 알리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수해는 ‘개발의 역습’이라는 부분도 상기해야 한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녹지와 논·밭은 콘크리트로 채워지고 있다. 자연환경에서 내리는 비는 지표를 통해 지하수로 스며든다. 이런 기능은 도시화와 함께 사라지고 있다. 지하로 내려가지 못한 물은 하수도를 통해 인근 하천으로 보다 많은 양이 빠르게 유입된다. 당장 무심천과 인접한 청주 동남지구(222만㎡)에서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더 가까운 곳에는 방서지구도 있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호우가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무심천 범람 위기는 이번이 마지막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농촌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개발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옛 청원군 시절부터 무분별하게 이뤄진 난개발은 이번 수해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수해복구를 위해 청주를 찾은 외지인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 건축허가가 났냐’며 의아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청주가 자연재해에서 안전한 곳이 아니라는 점은 이번 수해에서 입증됐다. 이제 청주시의 도시 및 개발 정책에서 그동안 뒷전에 밀렸던 안전·재난은 고려사항의 상위권에 위치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세대교체에 따른 경험부족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베이비붐 세대의 퇴진이 시작됐다. 이 자리는 신규공무원들이 채우고 있다. 신규공무원들은 뛰어난 능력과 창의력으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서는 능력 못지 않게 경험도 중요하다. 현재 청주시 간부들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세대는 1960~1962년생들이다. 앞으로 수년간 매년 100여 명에 가까운 백전노장들이 공직을 떠난다. 이들이 떠나면 당장 최일선 지휘관인 43개 읍·면·동장이 모두 교체된다. 또 우암상가아파트 붕괴, 2004년 폭설, 이번 수해 등 굵직한 재해·재난 대책을 지휘해 본 공직자도 없어지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최소한 재해·재난 분야에서만이라도, 미리 경험을 쌓은 인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기상관측 이래 최대 폭우였다는 점에서 이번 수해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청주시의 대응이 보다 완벽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다. 복구도 중요하지만 다음 재해를 대비한 준비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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