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용 보은경찰서 경무계
[투데이춘추]

'사랑하고 나서 잃는 것이 전혀 사랑하지 않았던 것보다 더 낫다'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이 한말이다.

언뜻 보기에는 솔로인 청춘남녀에게 사랑의 묘약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할 만큼 그럴싸한 내용이다. 실제로 그간 주위에서 이어져온 분위기를 살펴보면 사랑하는 연인들은 늘 행복하고, 반대로 혼자인 사람들에게는 유독 슬픔과 외로움, 아픔이라는 꼬리표가 쫓아다녔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상당한 괴리감이 있어 보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데이트 폭력으로 입건된 사람은 8367명으로 2015년 7692명 대비 675명이나 증가했으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은 233명으로, 이는 매년 약46명의 고귀한 생명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사랑을 가장한 극악무도한 범죄로 희생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데이트 폭력의 종류도 다양하다.

흔하게 발생하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여자 친구의 명의를 도용해 금전을 갈취하거나 돈을 빌려간 뒤 갚지 않기도 한다. 또한,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한편, 복장·인간관계 등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을 억압하고 통제한다.

경찰은 젠더폭력 근절 및 아동·노인·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보호 3대 치안정책 추진본부를 구성해 매월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으며 8월까지 데이트폭력 집중신고 기간도 함께 운영한다. 이와 더불어 112 신고출동시스템에도 데이트폭력 신고 코드 내용을 추가해 지역경찰 등 현장경찰관으로 하여금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게 함으로써 현장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굉장히 슬픈 일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슬픈 것은 그 사람을 앞으로는 더 이상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본인이 사랑이라고 굳게 믿었던 행동들이 데이트폭력에 지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이별의 아픔까지 초래하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아홉 개를 주고도 남은 한 개를 더 주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는 마음이다.

무조건적인 헌신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상대를 자신에게 맞추라고 강요만 할 것이 아니라, 연인의 본연의 모습을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노력을 조금만 기울인다면 데이트폭력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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