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필 대전시립청소년합창단 예술감독
[화요글밭]

이태리를 대표하는 음식을 말한다면 피자와 파스타를 들 수 있다. 이제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음식으로 인식되어있다.

필자가 1998년 이태리로 유학을 갔을 때 부딪쳤던 가장 큰 문제가 음식이었다. 우스개 소리지만, 같이 유학 갔던 한 분은 집에서 어머니가 한국 사람은 쌀은 먹어야 한다고 한사코 쌀을 챙겨주셔서 가방에 반 가마니의 쌀을 넣어서 유학 오기도 했다. 이태리는 유명한 쌀 생산국인데 말이다. 이태리사람들의 주식은 빵이다. 마치 우리의 쌀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스프를 먹을 때, 파스타를 먹을 때, 전채요리, 주 요리를 먹을 때 언제나 있어야 하는 필수 음식이다. 이태리의 빵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그것은 그냥 빵 맛이라는 것이다. 우리네 것은 빵 안에 많은 달콤한 것을 첨가하는 반면 그네들의 것은 그냥 순수한 밀의 냄새만 나는 빵이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맛있다. 갓 구운 빵이 너무 맛있어서 올리브 오일과 소금, 빵만 가지고도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서양에서 굽기 시작한 빵은 구약성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초기의 빵은 곡식 가루를 물로 갠 경단 같은 것으로 짐작하고 있는데, 그것이 효모 빵으로 된 것은 순전히 우연한 발견에 의한 것이었다. 곡식 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을 하루만 그대로 두어도 기온이 높아지면서 발효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발효된 반죽으로 구운 빵 맛과 그렇지 않은 것이 맛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고 발효된 빵 맛을 얻기 위해 자연 속에서 효모를 찾게 된 것이라고 빵의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빵이 맛있게 구워지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과 발효가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음악 역시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무수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많은 현대인들이 취미와 여가활동을 즐기는 한 방편으로 음악동호회를 선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악기로는 색소폰, 클라리넷, 플롯 등을 들 수 있고 성악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필자도 10년이 넘게 평생학습의 차원으로 사회인 성악을 교육하였다. 예전 같으면 어디 가서 노래를 배운다는 것이 여간 쑥스럽고 조심스러운 일이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노래를 배워 회식자리나 모임에서 한 곡조 뽑으면 이내 그날의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많은 평생학습교육기관에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필자가 교육했던 것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교육 참가자들은 처음 신청할 때 큰 이상을 가지고 시작을 한다.

‘유명한 성악가의 음원을 듣고 이 사람처럼 부를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 ‘노래를 배워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주세요’등 각자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그 중에서 "학생 때에 성악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40년 만에 다시 공부하게 되어 너무나 기쁩니다" 라고 말씀하신 한 할머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70이 넘으셨음에도 7년 동안 꾸준히 성악공부에 매진하였고 매우 만족한 동호회 활동을 했다. 음악동호회 활동은 이유가 거창해서는 안 된다. 참가하는 자신이 별 부담 없이 인생을 즐기기 위한 하나의 쉼터와 같은 존재여야 한다. 한 두해 동호회 활동에서 기대했던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낙심하거나 포기하면 안 된다.

빵이 발효되고 구워지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음악도 꾸준함만 지속된다면 반드시 그 속에서 만족감을 찾게 될 것이다. 음악은 테크닉이 어느 정도 완성된 다음에는 음악 속에 연주가가 표현하려는 감성 즉 인간의 온기가 느껴져야 한다. 갓 구워낸 빵에 깃들인 정성의 온기처럼 연주자가 전달하는 열정의 온기,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청중들에게 매혹적인 감흥을 전달할 수가 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음악은 얼마나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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