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 감사결과 발표하며
교명 대신 지방사립대 지칭

교육부가 교비를 멋대로 사용한 대학을 감사한 뒤 ‘지방사립대’로 지칭,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 대학 절반 가량이 비수도권에 있는 시점에서 교육부가 ‘지방사립대=방만운영’의 프레임을 씌웠다는 여론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27일 오전 11시 ‘지방사립대 1곳 종합감사 결과 발표’에 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발표에 따르면 A 대학 학교법인 이사 겸 총장은 수익용 예금 12억원을 유용하고 아버지인 설립자 겸 이사장은 딸을 서류상 직원으로 채용해 27개월 간 6000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이사장은 1195차례에 걸쳐 법인자금 4724만원을 생활비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총장이 단란주점에서 183회에 걸쳐 1억 5788만원을 쓰고 골프장 등에선 법인카드로 2373만원을 결제했다는 것이다. 대학에 회계부정이 만연하다보니 회계담당 직원 등이 교비계좌에서 임의로 인출한 금액이 15억 7000여만원에 달했다. 자격이 미달되는 9명을 교원으로 임명했고 교육부 인가 없이 서울 소재 법인 수익용 건물에 38개 과목의 수업을 진행했다. 교수 21명의 해외여행으로 발생한 86과목의 보강도 이뤄지지 않아 교육적 목적을 스스로 헤쳤다.

교육부는 이사장·법인 이사에 대해 임원취임승인 취소를, 총장에 대해선 해임, 부정을 저지른 직원 2명 중징계 등을 처리했다. 교비 등 17억원은 당사자들에게 회수를 대학에 요구하기도 했다.

문제는 ‘비리 종합세트’같은 대학 감사를 발표하면서 ‘지방사립대’로만 명시했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등록된 전국 4년제 사립대학은 총 196개교로 이중 절반가량인 88개교(44.9%)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총 130개교인 전문대는 62.%(81개교)가 충청권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 교육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피감 대학 위치가 단순히 수도권 밖이라는 점 때문에 지방사립대 전체를 ‘방만 프레임’에 가두고 있다는 게 대학가의 목소리다.

충청권 한 사립대 보직교수는 “비리 정도가 심하지만 광역권이라도 정해 발표했어야 한거 아니냐”며 “각종 언론에서 기사가 나간 뒤 친한 지인들이 사안을 물어오는 전화를 받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전권 대학 관계자는 “비약이 심하다고 해도 ‘지방사립대’로만 발표하면 모든 비수도권 사립대는 ‘비리 종합세트’로 인식할 수 있다”며 “국정농단에 연루돼 학사비리를 저지른 이화여대처럼 교육부가 대학명이나 지역을 특정하는 정도는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감사발표는 위법 사항이 워낙 심해 이뤄졌고 재심의 같은 절차 가 진행되지 않아 대학명이나 지역울 공개하지 못했다”며 “지방사립대를 타깃으로 정해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형규 기자 h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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