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주의 酒절주절]

 

 

 

 

얼마 전 친구네 집에 들렀을 때 일이다. 아파트 1층 보안문을 여는데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중년 부부였는데, 아저씨가 열심히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아 물론, 닫힘(→|←) 버튼을…

약간 얄밉긴 했지만, 욕할 순 없었다. 나 역시 그 버튼을 자주 누르기 때문이다. 물론 바빠서 조급함에 누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솔직히 가끔은 혼자 타고 싶어 눌렀었다. 친구들과 탈 때도 누군가는 "누구 타기 전에 얼른 닫아"라고 이야기한다. 또는 이미 누군가 누르고 있다.

비단 나와 내 주변에서만 이러는 건 아닐 거다. 함께가 아닌 혼자가 편해져버린 이 세상, 좁은 공간에 남과 있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보통 엘리베이터를 타면, 언제 도착하는지 꼭대기만 죽어라 보던가, 아니면 휴대폰만 죽어라 보던가, 그것도 아니면 거울을 보며 애꿎은 머리만 만진다.

반상회도 없고, 인사도 잘 안 하는 요즘, 한 엘리베이터를 타도 어디 사는 누군지 웬만해선 알 턱이 없다. 닫힘 버튼만큼 닫힌 세상이다.

그래도 우리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하기' 문화가 있어 나름 훈훈한 편이다. 대신 놀러 온 친척이나 친구가 놀란다.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모르는 사람들이 인사한다고…. 이제는 이웃끼리 인사만 해도 낯선 세상이 됐나 보다.

이사만 해도 그렇다. 예전엔 이사하면 시루떡을 돌리며 인사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개업·이사떡만으로 배부른 날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이사를 왔는지조차 알 수 없다.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공사 안내문을 통해 짐작할 뿐. 시루떡의 매출만큼 이웃 간의 정도 줄지 않았을까?

‘더불어 사는 사회’는 옛말인가 싶다. 남과 함께하면 불편한 '더부룩한 사회'다. 세상이 흉흉한 탓인지, 먹고살기가 바쁜 탓인지 그렇게 됐다. 그래도 조금은 달라졌으면 좋겠다. 닫힘 버튼 보다 열림 버튼을 더 많이 누르는 세상이 되길. <김윤주 편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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